[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13만3876명.
KBO가 17일 발표한 올스타전 베스트12에 나성범(35, KIA 타이거즈)도 포함됐다. 나성범은 나눔올스타 외야수 부문에서 총점 35.21점으로 40.92점의 요나단 페라자(한화 이글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113만3876표를 받았다.
사실 나성범의 올 시즌 성적은 올스타전에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다. 39경기서 149타수 34안타 타율 0.228 7홈런 25타점 16득점 장타율 0.403 출루율 0.327 OPS 0.730 득점권타율 0.217이다. 당연히 2차 스탯도 좋지 않다.
결정적 홈런도 치고, 적시타도 날리고, 멀티히트도 기록한다. 그러나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한다. 12~13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잇따라 2안타를 날렸으나 14~16일 수원 KT 위즈 3연전서 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홈런 한 방이 전부였다.
안타가 나와도 질 좋은 타구가 많이 안 보인다. 발사각이 너무 높아 힘 없는 타구가 되거나, 발사각이 너무 낮아 땅볼로 잡히기 일쑤다. 나성범 답지 않게 유인구에 헛스윙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심지어 어쩌다 이상적인 발사각에 잘 맞은 타구는 호수비에 막힌다. 운도 안 따른다는 얘기다.
나성범이 나성범답지 못한 시즌을 보내지만 팬들의 성원은 변함없었다. 베스트12 선발에 팬투표가 70% 반영되다 보니, 팬 사랑이 중요하다. 올스타전 자체가 오로지 팬들을 위한 이벤트이니 당연하다. 그리고 선수단 투표에서도 114표를 받았다.
142표를 받은 페라자, 141표를 받은 홍창기(LG 트윈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KBO리그 선수들도 나성범이 올 한해 부진할 뿐, ‘클래스는 영원하다’를 얘기했다. 야구 능력 자체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나성범으로선 별 다른 방법이 없다. 팬들의 사랑, 심지어 선수들의 인정을 확인한 만큼, 반드시 부활해 보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KIA는 70경기를 치렀다. 아직도 74경기를 남겨뒀다. 반환점이다. 아직도 시즌 절반 동안 KIA에 공헌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지난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마치고 만난 나성범은 좋은 경험을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 데뷔 후 최악의 슬럼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묵묵히 루틴을 소화하고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다. 프로페셔널을 잊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유독 타자에게 운이 안 따르는 시즌이 있다고 했다.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히면 자신도 모르게 초조해지고, 좋은 자세와 리듬이 흔들리면서 슬럼프가 시작된다고 했다. 결국 이 터널을 언제 빠져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작년과 올해 회춘한 듯 펄펄 나는 최형우도 2021~2022년에 계속 부진하자 터널의 끝이 없어 보였지만,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나성범 정도의 타자에게 ‘이런 소리 저런 소리’하는 지도자는 없다. 그럴 레벨의 선수가 아니다. 올해 4월 말 복귀한 뒤에도 코칭스태프는 배팅케이지에서 땀을 흘리는 나성범을 묵묵히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성범이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만 응답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성범은 좋았을 때의 영상을 돌려보며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KIA 대권도전의 마지막 열쇠다. 113만3876명이 여전히 나성범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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