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05년 래리 서튼의 추억.
KBO리그 최고령 타점왕은 놀랍게도 2005년 외국인타자 래리 서튼(당시 현대 유니콘스)이 보유했다. 서튼은 당시 119경기서 타율 0.292 35홈런 10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당시 35세였다. KBO리그에는 이후 18시즌 내내 단 한 번도 36세 이상의 타점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사실 서튼은 최고령 홈런왕 타이틀까지 갖고 있었지만, 이 타이틀은 2022시즌 박병호(당시 KT 위즈)에 의해 깨졌다. 박병호는 당시 36세였다. 2년이 흐른 올 시즌, 어쩌면 서튼은 최고령 타점왕 타이틀마저 내줄 수도 있다.
서튼은 KBO리그에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현대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고, 202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퓨처스 감독과 1군 감독을 차례로 맡을 정도로 한국야구와 인연이 깊었다. 그런 서튼도 이 선수에 의해 최고령 타점왕 타이틀을 반납하면 이해할 것이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다. 최형우는 14일 수원 KT 위즈전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4안타(1홈런) 6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1회 우월 투런포, 2회 우중월 싹쓸이 3타점 2루타, 3회 1타점 좌전적시타로 6타점을 완성했다. 8회에는 좌중간 2루타.
최형우는 작년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한 통산 최다타점 타이틀을 가져왔다. KBO리그 최초 1600타점(1604타점)을 돌파했다. 최정(SSG 랜더스, 1511타점)이 바짝 최형우를 쫓는다. 최형우조차 자신의 누적기록을 두고 “내년에 정이가 가져간다”라고 했다. 기록에 대해 1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최고령 타점왕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형우는 12일 인천 SSG전서도 한 경기 최다 6타점을 올렸고, 이날 다시 한번 최다타점 타이를 세우면서 최근 10경기 16타점을 쓸어담았다. 시즌 62타점으로 강백호(KT 위즈, 59타점)를 제치고 타점 리그 1위에 올랐다.
강백호가 여전히 사정권에 있고, 뒤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최정이 57타점으로 공동 3위,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가 56타점으로 공동 5위다. 현 시점에서 최형우의 최고령 타점왕 등극 가능성을 점치는 건 이르다.
그러나 최고령 타점왕에 도전하는 것자체로 의미 있다. 물론 본인은 별 다른 의식을 하지 않겠지만, KBO리그 역사에 40대 타점왕은 한 명도 없었다. 나이를 먹으면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중심타선에서도 밀려나고, 심지어 출전 기회까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최형우는 41세인데도 여전히 KIA의 4번 타순을 지킨다. 올 시즌 나성범이 예상 밖으로 부진하면서, 최형우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앞으로 지명타자로 3년 정도 더 뛸 것 같다고 내다봤다. 1+1 22억원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내년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올해 기회가 찾아온 건 사실이다. 개인기록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타점왕 등극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한다.
참고로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11년(118타점)과 2016년(144타점)에 타점왕을 따냈다. KIA에선 첫 시즌이던 2017년에 120타점으로 2위에 올랐다. KIA에서 통산 세 번째 타점왕에 오른다면, 그렇게 최고령 타점왕과 함께 KIA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끈다면 최고의 시즌이 될 것이다. 그는 이날 경기 후 중계방송사 KBSN 스포츠와의 인터뷰서도 오로지 ‘우승’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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