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진출하며 또 한 번 ‘기적’을 써냈다. FIFA 랭킹 134위인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3차 예선에 진출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지난 11일 필리핀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를 통해 승점 10점을 확보하며 베트남(승점 6)을 제치고 F조 2위로 3차 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인도네시아가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본선 진출이 결정되는 단계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태용 감독은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팀의 조직력과 결정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며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역대 첫 16강 진출을 달성했고, 지난 4월에는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 역대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신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2차 예선 최종전을 통해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너무 기뻤다”며 “경기장을 찾은 8만여 명의 관중이 너무 좋아했고,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줘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를 변화시킨 원동력으로 선수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꼽았다. 그는 “처음 부임했을 때 U-18, U-19 선수들을 데리고 훈련했다. 그 선수들이 계속 연령별 대표로 올라와서 A대표팀의 주축이 됐다”며 “4년 가까이 함께 지내며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3차 예선 조 추첨을 앞두고 “사실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이 3차 예선에 진출한 18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요행도 필요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조 추첨을 통해 세 팀 정도만 해볼 만한 팀이 들어오면 3∼4위 정도까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4차 예선도 노려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신 감독은 “한국, 일본, 이란 등 3개 팀 가운데 하나는 꼭 만나게 된다”며 “그나마 한국에는 제가 장단점을 잘 아는 제자도 많아 다른 팀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같은 조에 묶이면 팬들의 주목도 더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축구팀의 행보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3차 예선 조 추첨은 오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기적 시리즈’를 이어가며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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