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정의 경험이죠 경험, 계속 붙여 놓는거죠.”
11일 인천 SSG 랜더스-KIA 타이거즈전의 결과와 무관하게, 가장 화제를 모은 장면 중 하나는 단연 2회초에 나온 KIA 김도영(21)의 세리머니사다. 3-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서 SSG 선발투수 드루 앤더슨의 초구 154km 패스트볼을 통타, 우중간을 가르는 큰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 박찬호가 홈을 밟기에 충분한 타구였다.
발 빠른 김도영도 3루에서 여유 있게 사는 듯했다. 실제 김도영은 SSG의 중계플레이가 끝나기 전에 3루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도영이 3루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 순간적으로 양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면서 아웃됐다.
김도영이 세리머니를 할 때, 왼 발은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오른발 끝으로 베이스 끝을 맞닿은 상황이었다. 이때 공을 가진 SSG 3루수 최정이 김도영의 뒤에서 은근슬쩍 글러브로 왼쪽 햄스트링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최정으로선 밑져야 본전이었다. 김도영의 오른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후속타자 수비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고, 혹시 김도영의 오른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진다면 아웃될 수도 있었다.
이 장면을 본 3루심은 쉽게 볼 데드를 선언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였다. 김도영이 세리머니를 하다 순간적으로 오른발이 베이스에서 약간 떴고, 최정의 글러브는 김도영의 왼쪽 햄스트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3루심은 이 장면을 곧바로 캐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정은 김도영의 발이 떨어진 걸 인지했고, SSG가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해 번복을 이끌어냈다. 실제 경기를 중계한 KBSN 스포츠의 느린 화면에 따르면 모든 게 최정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이 경기를 중계한 박용택 해설위원은 “최정의 경험이죠 경험, 계속 붙여 놓는거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도영에게도 한 마디를 했다. “그래서 주자들이 보통 슬라이딩을 하고 나서 (베이스 터치를 하는)발을 바꿀 때가 있는데, 양 발이 다 베이스 위에 올라간 이후에 발을 바꿔줘야 한다. 보통 발을 바꾸다가 태그가 돼 있는 상태에서 태그아웃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심심찮게 있다”라고 했다.
통산 2222경기서 476홈런 1509타점을 기록한 리빙 레전드 3루수의 노련미이자, 김도영의 순간적인 실수가 겹쳤다. 그리고 최정의 이런 노련미는, 장기적으로 김도영도 배우고 따라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최정이 김도영의 오른발을 끝까지 주시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최정은 KBO에서 홈런만 가장 많이 친 게 아니다. 알고 보면 3루 수비도 리그 탑클래스다. 2012년과 2013년 20도루, 24도루를 기록하며 준족임을 과시했지만 이젠 도루는 사실상 연례행사다. 그러나 수비의 안정감은 유지한다. 단순히 치고 던지는 것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그런 플레이까지 큰 틀에서 호수비의 범주에 들어간다.
김도영은 올 시즌 크레이지모드다. 너무너무 잘 하고 있다. 타격과 주루는 이미 손 댈 게 없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 상태다. 그러나 프로에서 처음으로 전문적으로 시작한 3루 수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시즌 반환점이 흐르지 않았는데 15실책을 기록 중이다. 경험을 통해 보완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김도영도 훗날 KBO리그 탑클래스 3루수로 기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세리머니사는 두 번 다시 안 당해야 한다. 그리고 3루수 대선배 최정의 수비력과 집중력, 노련미도 참고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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