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난 실패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6, 은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아니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어쩌면 영원히 거론될 역대급 먹튀다. 2019년 33경기서 18승6패 평균자책점 3.33을 찍고 그해 월드시리즈 2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2.51로 MVP에 선정됐다. 포스트시즌 전체 6경기서 5승 평균자책점 1.98로 맹활약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일등공신이었다.
이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합계 39경기 245⅓이닝을 던진 여파가 치명적인 독이 됐을까. 워싱턴은 2019-2020 FA 시장에서 스트라스버그에게 7년 2억4500만달러(약 3383억원) 계약을 안겼다. 5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투수 최고액수 계약은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12년 3억2500만달러)가 보유했지만, 당시 파격적 대우였다.
그러나 스트라스버그는 이후 3년간 단 8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89(31⅓이닝 동안 24자책)만 남기고 드러누웠다. 손목터널 증후군, 갈비뼈 스트레스 반응, 흉부출구증후군 등 병명도 다양했다. 현역 마지막 등판은 2022년이었다. 작년부터 은퇴설이 돌았고, 은퇴 기자회견 취소 소동까지 벌어진 끝에 지난 4월7일 은퇴 처리됐다.
갈비뼈, 두 개의 목 근육을 제거했다. 수차례 투구를 시도했으나 신체적인 문제가 따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동안 스트라스버그는 어깨 근육이 줄어들었고, 오른팔을 들 수도 없었다.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았다.
스트라스버그는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지만 계약기간에 잔여연봉을 모두 수령한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설명. 그렇게 스트라스버그는 도망치듯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이후 2개월이 흐른 9일(이하 한국시각), 워싱턴포스트가 그를 만났다.
스트라스버그는 “많은 감정이 들었고, 내면에 혼란이 있었다. 내가 나를 때리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내가 실패한 것 같았다. 나 스스로에게 부탁을 받은 것을 해내지 못했다”라고 했다.
스트라스버그도 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그는 “계약이라고 말해도 좋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해내지 못했다. 이것은 당신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스트라스버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247경기서 113승62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고 떠났다. 그가 가장 기억나는 경기는 2010년 6월9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그는 “그 느낌은 아직도 상세하게 남아있다. 그것은 내가 결코 잊지 못할 또 다른 감정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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