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경문 감독의 마지막 황태자는 누구일까.
한화 이글스 김경문(66) 감독의 최대강점은 믿음과 뚝심이 아니다. 선수에 대한 날카로운 직관력이다. 크게 주목하지 않은 새로운 옥석을 골라내고, 기존 선수들과 경합해 개개인과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표적 사례가 김현수(36, LG 트윈스)와 나성범(35, KIA 타이거즈)이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2006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를 2007년부터 외야 한 자리를 맡기며 꾸준히 기용했다. 모든 사람이 반신반의했지만, 김현수가 국가대표 강타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 김현수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14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 나가는 KBO리그 대표 교타자로 성장했다. 국가대표에 뽑혔고,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통산타율 0.314에 2306안타를 날린 베테랑이 됐다. 20홈런도 6차례 때릴 정도로 만만치 않은 펀치력도 보여줬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이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 2012년 신인으로 입단하자 곧바로 중용된 케이스다. 연세대 시절까지 투타를 겸업했으나 김경문 감독의 혜안은 적중했다. 나성범이 투수보다 타자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밀어붙였다.
나성범 또한 부상만 아니면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외야수가 됐다. KBO리그 최고 클러치히터이자 중, 장거리타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통산타율 0.314, 1615안타에 257홈런을 터트렸다. 최근 통산 1000타점(1004개)을 돌파했고, 통산 1000득점(969개) 돌파도 임박했다.
그런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S급 FA의 대명사다. A급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FA라면, S급은 최상의 퍼포먼스에 팀을 바꿀 수 있는 FA다. 실제 김현수는 2018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115억원 FA 계약을 체결한 뒤 LG의 덕아웃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현수 합류 후 LG가 본격적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 됐고, 2023년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 4+2년 115억원 FA 계약을 또 체결, 100억원대 FA 계약을 두 차례 체결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나성범은 2022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150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김현수와 달리 이적한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재 KIA는 나성범이 없었을 땐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나성범 효과에 100% 만족한다. 최근 2년 연속 불의의 다리 부상으로 출전경기수가 적지만, 경기에 일단 나가면 임팩트는 확실히 남다르다. 김현수처럼 팀을 바꾸는 선수, 게임체인저다.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와 나성범이 이 정도의 가치를 가진 선수라고 확신하고 적극 중용, 육성했다. 그렇다면 한화에서 2026년까지 김현수와 나성범을 만들 수 있을까. 3일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베테랑 중용을 천명했지만, 그렇다고 뉴 페이스 발굴을 게을리하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잘 알아보는 지도자다. 한화는 이미 문동주와 노시환이라는 젊은 간판을 보유했다. 이들이 향후 S급 FA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기에 또 다른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한다면 한화로선 최상의 결과다. 실제 그런 동력이 있어야 팀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에 공 빠른 젊은 투수가 많다며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타선에서도 노시환과 쌍벽을 이룰만한 간판을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는 분명히 있다. 김경문 감독 시각에, 그런 타자가 이미 팀 내부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 한화가 김경문 감독을 선임한 이유 중 하나가 김경문 감독 특유의 직관력에 대한 커다란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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