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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었어요. 다음 시즌을 위해 빨리 준비 들어가야죠.”
5월 초 한국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 kt를 꺾고 우승을 달성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허웅(31·KCC)의 시선은 벌써 내년 시즌에 가 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수상 등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더 높은 목표를 향한 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우승 후 짧은 휴식을 취한 허웅은 바로 체육관으로 돌아와 내년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통합 우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허웅을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 KCC체육관에서 만나봤다.
우승 후 여러 행사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는 허웅은 “행복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많이 쉬지는 못했지만 여러 곳에서 큰 축하를 받고 있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는 그는 오랜만에 공을 만져 행복하다고 했다. 인터뷰 중간 짧은 휴식 시간에도 여러 차례 슈팅하며 연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 시즌 허웅은 KCC를 먹여 살린 ‘살림꾼’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최준용이 영입되면서 라건아·이승현·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선수진으로 소위 ‘슈퍼팀’이 완성됐지만 모든 플레이의 시작과 끝은 허웅이었다.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 전체가 어려움을 겪은 시간에도 시즌 평균 15.9점(전체 11위)을 림에 꽂아넣으며 5위로 팀을 플레이오프 열차에 탑승시킨 주역 역시 그였다. 허웅은 “시즌 초반 부상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다들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이라 이런 선수단을 가지고 우승을 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플레이오프에 임했고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 ‘대박’을 쳤다. ‘농구 대통령’ 허재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29·kt)의 ‘형제 대결’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이었다. 두 선수는 5차전까지 진행된 챔피언결정전 내내 여러 번 맞부딪치며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결국 우승 트로피는 형인 허웅에게 돌아갔다. 아버지인 허재에 이어 MVP를 차지하는 영광도 허웅에게 돌아갔다. 경기 결과를 떠나 형제가 코트에서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은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허웅은 “동생이 경기 끝나고 너무 아파해서 마음이 아팠다. 내년에도 서로 좋은 성적을 거둬 높은 자리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 때문에 가질 법한 부담도 동생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 따라잡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살 터울 동생과의 경쟁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이 조금이라도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나올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긴 시즌 내내 허웅을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팬들이었다. 이 때문에 허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지난달 15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승 기념 ‘팬 페스타’에서도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감사를 전했다. 허웅은 “팬들이 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 선수들 모두에게도 관심 보내주시면 다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허웅의 목표는 명확하다. 정규리그 1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것. 허웅은 “내년에는 부상 없이 시즌 초반부터 활약해 올해 우승 기운을 잇고 싶다. 좋은 출발을 보이면 통합 우승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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