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국제공항 노찬혁 기자] “고인물은 썩는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6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싱가포르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길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아직 후임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하며 후임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지만 외국인 감독들과 협상 난항을 겪었다. 결국 감독 선임 실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냈고 대한축구협회는 급하게 김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김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톱시드 사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번 싱가포르, 이란과의 2연전에서 만약 한 경기라도 미끄러질 경우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톱시드 배정이 불가능하다. 23위로 일본과 이란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파랭킹을 기록한 한국은 최종예선 톱시드를 위해 반드시 연승을 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축구 팬 A씨는 “다른 쪽은 경기인 출신이 행정 업무를 꾸리는 것은 좋다고 보는데 협상 개념에서는 미숙한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건데 그때는 협상을 잘해서 히딩크 감독을 모셔왔다. 근데 지금 같은 경우네는 까서는 안 될 패를 까고 가면 안 되는 걸 자꾸 불리한 쪽으로 협상을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어떻게 보면 오려고 하는 감독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중에서 좋은 감독을 뽑아야 한다. 우리도 선임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보면 시장에서 흥정도 안 해본 사람들이 감독을 선임하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갔다. 지난 3월 태국과의 아시아 2차예선 홈경기에서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몽규 OUT’이라는 플랜카드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을 둘러싼 비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체육회는 연임 제한 규정을 모두 삭제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임원 연임을 제한한 정관 규정을 모두 삭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8월 대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은 뒤 문체부에 정관 개정 인가를 요청할 예정이다.
A씨는 “고인물은 썩는다. 정몽규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회장일 때 개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는데 많이 실망스럽다. 돌아가는 걸 보면 최근 더 안 좋아지면 안 좋아졌지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B씨는 “기사를 통해 보면 축구협회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걸로 안다. 선수들의 실력으로 올라가고 있고 협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축구협회도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대한축구협회가 임시 감독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협회는 지난 3월 태국과의 2연전을 앞두고 국내 감독을 선임하려 했다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거센 저항을 받았고, 결국 황선홍 올림픽대표팀에게 임시 감독직을 맡겼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가대표팀은 태국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라는 나름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지만 올림픽대표팀은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계속해서 A씨는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기업이면 진작 쫓겨났을 일이다. 지금 우물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거 다 하는 상황이다. 내심 상급단체가 제지해주기를 바랬는데 자기들끼리 해먹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파리올림픽도 못 가게 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황 감독이 올림픽에 진출하면 A대표팀에 갈 계획이었다고 하니까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성도 사라지고 한국 축구를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현대라는 기업에서 축구협회 쪽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것 때문에 망설인다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협회 회장에 출마하고 싶다면 겁내지 말고 나오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알고 있는 게 많이 없지만 잘 아는 사람들이 의견을 내고 추진하는 부분이라서 한편으로 응원하고 있다. (축구협회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도 힘들게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보상도 잘 받고 성과도 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축구협회의 만행 속에서도 많은 축구 팬들은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A씨는 “응원은 당연히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 선수들이 죄가 있는 건 아니다. 선수들은 한 국가의 재능이다. 뛸 수 있을 때 능력에 맞춰 트로피를 들었으면 좋겠다. 자꾸 행정이나 윗선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기회를 날리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서 더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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