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체육회장 포함 산하 단체장이 3선 이상 연임을 원할 때, 별도의 검증을 거쳐야 했던 기존 규정의 폐지를 추진한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1차 이사회’를 개최,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 등 산하 단체 임원의 연임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다룬다”고 29일 알렸다.
현재는 체육단체장이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면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재정 기여도 △해당 종목 경쟁력 강화 여부 △국제 무대 영향력(국제단체 임원 여부) 등을 종합 심사해 출마를 승인하거나 반려해왔다.
이번 안건이 7월 열릴 예정인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통과하면 체육회는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규정 개정을 요청한다. 안건이 통과돼 문체부의 승인까지 받으면 제한 없이 연임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연임 제한 규정 폐지에 나선 배경으로 ‘인력난’을 꼽았다.
체육회 한 관계자는 “지방 체육회와 종목단체 등과의 간담회에서 의견을 들었는데 연임 제한을 두니 임원을 맡길 인물이 너무 부족하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밝혔다. 체육회의 규정이 바뀌어야 시도 규정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개정 안건이 올라온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개정이 통과되면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일부 단체장의 장기 집권을 위한 개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정관 개정이 아니더라도 스포츠공정위를 통과하면 출마는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연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두 회장이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통과 시 연임에 탄력을 받게 된다는 소식에 “구시대적 해병대 캠프를 주도하는 등 한국 체육의 역주행을 지휘하고 있다”며 이기흥 회장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탄식을 뱉는다.
승부조작 연루 축구인 사면 논란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의 잡음, 아시안컵 축구 4강 탈락과 40년 만에 올림픽 축구대표팀 본선 진출 실패 등 여러 논란에 분노하는 축구팬들도 탄식하고 있다. AFC 집행위원에 단독 출마해 당선되면서 4선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았는데 연임 제한 정관까지 개정된다면 날개를 달게 되기 때문이다.
이기흥 회장(재선)이나 정몽규 회장(3선)은 아직 차기 도전을 공개 선언하지 않았지만, 도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다수가 인정한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내가 세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을 나와도 문제가 없다. 3선을 하든 5선을 하든 그것은 내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도 4선 도전을 묻는 취재진 앞에서 “(2018년에) 축구협회장 임기를 3연임까지로 제한하게 협회 정관을 고치려 했지만, 체육회와 문체부가 승인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도전 의사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4연임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을 볼 때 도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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