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잘 보내주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고 했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8일 오후 10시께 1대1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베테랑 1루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박병호가 삼성으로 떠나고 오재일이 KT 유니폼을 입었다.
깜짝 트레이드가 일어난 이유는 박병호의 방출 요청 때문이다. 올 시즌 경기 출전 횟수가 적었던 박병호는 지난 주말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자신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으로 떠나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 소식이 28일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박병호가 지난 주말 방출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며 “현재 여러 방면에 대해 고민 중이다. 선수 설득을 할 수도 있고 웨이버 공시나 트레이드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KT의 선택은 트레이드였다. 박병호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박병호는 이미 팀을 떠나기로 마음을 잡은 상태였다. 결국 KT는 트레이드를 위해 관심이 있을 만한 팀들에 연락을 돌렸고 삼성과 뜻이 맞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 직후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나도현 KT 단장은 “(박병호를) 웨이버 공시를 할 수도 있지만, 잔류를 위해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너무 완강했다”며 “27일 오후부터 박병호에 대한 일을 몇몇 구단에 이야기했다. 박병호를 잘 보내주고 싶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삼성에서 연락이 와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KT와의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됐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병호는 2005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LG에서 꽂을 피우지 못했다. 2011시즌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했다. 이적 첫 시즌 1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그는 2015시즌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2014시즌 128경기 139안타 52홈런 124타점 126득점 타율 0.303 OPS 1.119를 기록했으며 2015시즌에는 140경기 181안타 53홈런 146타점 129득점 타율 0.343 OPS 1.150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손을 잡았지만, 어려움을 겪으며 2년 만에 KBO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 후 첫 시즌이었던 2018시즌 넥센 유니폼을 입고 138안타 43홈런 타율 0.345 OPS 1.175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화려하게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이후 박병호의 성적이 떨어지게 됐다. 2019시즌 33홈런을 기록했으나, 타율 3할을 넘기지 못했다. 2020시즌에는 21홈런 타율 0.223 OPS 0.802, 2021시즌에는 20홈런 타율 0.227 OPS 0.753을 마크했다.
박병호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것이었다. 이후 KT와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KT에서 박병호의 첫 시즌은 좋았다. 118안타 35홈런 98타점 72득점 타율 0.275 OPS 0.908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홈런 수가 급감했다. 122안타 18홈런 87타점 53득점 타율 0.283 OPS 0.800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44경기에 나와 121타석 들어섰지만 20안타 3홈런 10타점 10득점 타율 0.198 OPS 0.638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KT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는 결국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고 오재일과 트레이드돼 29일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KT는 박병호를 대신해 데려온 오재일이 라인업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도현 단장은 “장타를 칠 수 있는 1루수다. 우리 팀에 (강)백호를 빼고 멀리 칠 수 있는 좌타자가 없다”며 “오재일은 라인업에 시너지를 갖다 줄 수 있는 선수다.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비가 되는 1루수인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지난 2020시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147안타 16홈런 89타점 62득점 타율 0.312 OPS 0.872라는 성적을 남긴 뒤 FA 시장에 나와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오재일은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지난 2023시즌 64안타 11홈런 54타점 31득점 타율 0.203 OPS 0.658로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11경기에서 타율 0.167을 기록했다.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2군 무대에서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12일 1군에 콜업돼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콜업 이후 9안타 2홈런 5타점 4득점 타율 0.321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특히, 삼성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된 28일 키움전에서는 9회말 대타로 출전해 솔로 아치를 그리기도 했다.
38세의 베테랑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두 선수가 올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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