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할은 관심없다. 출루율이 중요하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는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대신 출루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3할을 치는 것보다 출루율을 높여야 팀 공격에 보탬이 된다고 바라봤다.
마침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박찬호를 리드오프로 쓴다. 박찬호의 장점과 성향, 팀 타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물론 박찬호 스스로 타격감이 안 좋을 때 9번 타순으로 내려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가 컨디션이 좋은 날 대부분 리드오프로 나갔다.
박찬호는 올 시즌 44경기서 179타수 55안타 타율 0.307 1홈런 14타점 27득점 11도루 출루율 0.346 장타율 0.374 OPS 0.720 득점권타율 0.311이다. 출루율 0.346은 커리어하이를 쓴 2023시즌(0.356)보다 조금 낮다. 그러나 생애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리그에선 44위다. 팀에선 이우성(0.401), 김도영(0.377), 김선빈(0.370), 최원준과 최형우(0.354)에 이어 6번째다. KIA 타선에 워낙 잘 치는 타자가 많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뿐, 박찬호의 출루능력은 준수하다. 올해도 박찬호는 공수주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한다.
그런 박찬호는 지난 26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서 3-0으로 앞선 2회말 1사 1루서 두산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에게 볼카운트 1B서 2구 145km 패스트볼을 통타, 비거리 110m 좌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KIA가 5-2로 이긴 걸 감안하면, 박찬호 홈런의 영양가는 상당했다.
재밌는 건 박찬호가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SBS스포츠 중계방송 카메라감독과 했다는 점이다. KIA 선수들은 누군가 홈런을 치면 덕아웃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서서 “어이~어이~”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세리머니를 한다.
그러나 박찬호가 홈런을 치자 이범호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일제히 외면했다. 박찬호는 뻘쭘하게(?) 3루 덕아웃을 질주한 뒤 맨 오른편(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기준으로)에 위치한 카메라 감독을 강제(?)로 끌어안고 배치기를 했다. 이후 KIA 몇몇 선수들이 박찬호의 홈런을 축하하며 세리머니를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박찬호는 괜히 민망해서 눈에 보이는 카메라 감독이라도 붙잡았을 수 있다. 한편으로 마수걸이 홈런의 영향일 수도 있다. 업계에선 의례적으로 시즌 혹은 통산 마수걸이 홈런을 친 타자에게 순간적으로 고의로 축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렴 어떤가. 박찬호도 진심으로 기뻐했고 KIA 선수들도 박찬호의 시즌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아무래도 박찬호에게 홈런이란, 일종의 로망 아닐까. 박찬호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이날 홈런까지 통산 14홈런이다. 홈런을 1년에 2~3개 치는 선수가, 홈런타자보다 홈런을 쳤을 때 더 기쁜 법이다. 거포만이 느끼는 그 짜릿함을 잠시라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와 이순철 해설위원은 박찬호와 카메라감독의 세리머니를 보더니 ‘찐’으로 웃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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