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도 희망을 찾자면, 이건 다르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구단에 공식적으로 사퇴를 표명한 건 23일 대전 LG 트윈스전 직후였다. 그러나 4월 말부터 이미 그만둘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했다는 게 정설이다.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기업에 부담을 느꼈다는 시선이 많다. 때문에 최원호 감독은 형식상 자진사퇴일 뿐, 실질적으로 경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 박찬혁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도 팀을 떠나기로 결의했다는 점이다.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 손혁 단장은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우천취소 되자 동반 퇴진에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프로스포츠에서 수많은 감독이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잘렸다. 그런데 프런트의 수장인 대표이사와 단장이 동시에 사퇴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이번 한화 케이스가 사실상 최초다. 이 역시 구단의 경질이든, 자신들의 사퇴의사든 책임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가 회생의 마지막 신호는 남겼다는 외부의 평가가 있다.
박찬혁 대표이사는 구단 운영이 마비될 것을 우려, 손혁 단장에게 차기 사령탑 인선작업까지 맡겼다. 업계에선 책임감 강한 손혁 단장이 감독 인선 및 신임 사장 부임과 함께 그대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그리고 박찬혁 대표이사는 자신의 SNS에 구단을 떠나면서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통상적으로 성적이 부진한 팀은 감독만 내보내는 선에서 위기를 수습하려고 한다. 그 감독을 뽑은 책임이 있는 프런트는 뒷짐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화는 이번에 프런트 수장까지 책임을 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런트에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의 작금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구성원 1~2명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십수년간 적체된 문제가 곪아터져 암흑기가 형성됐다. 리빌딩을 끝냈다는 팀이 정말 끝낸 것인지, 윈 나우를 하기로 했다면 정말 윈 나우를 할 준비가 됐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선수단, 프런트 모두 공유해야 한다. 이게 쇄신의 기본 밑바탕이다.
한화의 새 사령탑 선임은 6월에 되도록 마무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된다. 사장과 단장은 책임을 지면서 신호탄을 쐈다. 남아있는 구성원들의 움직임을, 한화 팬들이 숨죽여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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