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긋난 타이밍.
한화 이글스가 스프링캠프 도중 갑자기 5강 후보로 급부상한 건 딱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11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류현진(37).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한화와 8년 170억원에 역대 최대규모 계약을 맺자 한화를 단숨에 5강 후보로 꼽았다. 일각에선 우승후보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류현진이 돌아오니 선발진이 단숨에 리그 최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투수 3명을 쓰는 효과에, 작년 첫 풀타임 시즌에 국제대회까지 경험한 문동주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야구가 투수 놀음인 것을 감안할 때 일리 있는 추론이었다.
여기에 채은성 영입만으로 부족함을 느낀 타선에 안치홍마저 데려왔다. 노시환이 알껍질을 깼고, 외국인타자만 제대로 해주면 공격력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류현진으로 업그레이드된 선발진이 있으면 야수들도 공수에서 힘을 낼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추론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시즌 초반 사람들의 기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했다. 12년만에 돌아온 KBO리그 타자들의 컨택 및 파울커트 능력은 상당히 향상됐다. 구위도 여전하고, 타구속도 관리도 잘 되는데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얻어맞는 모습이 많았다. ABS 적응에 난항을 겪는 건 수원 항의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게 3~4월 7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21에 그쳤다. 4월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참사(4⅓이닝 9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로 8.36까지 치솟은 평균자책점은 5점대를 거쳐 최근 4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팀은 초반 반짝 돌풍을 뒤로하고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26일까지 21승29패1무로 8위.
류현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자 팀이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안 난 건 사실이었다. 문동주도 기대이하였고, 외국인투수 2명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수비 문제야 늘 있었고, 방망이도 안치홍 한 명 왔다고 갑자기 확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결국 그라운드에서만 보면 한화의 하위권 추락은 ‘류현진 효과의 미미’가 출발점이다.
그러자 최원호 감독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최원호 감독이 4월 말 무렵 사퇴를 결심했다는 설이 파다했고, 27일 자진사퇴로 사실로 드러났다. 팀이 무탈하게 시즌을 보내려면 초반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심축 류현진은 아무래도 2월에 갑자기 국내 복귀가 결정된데다 오랜만에 온 KBO리그에 대한 적응, ABS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다.
그런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이다. 최근 3경기서 17이닝 3자책,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서서히 ‘괴물모드’를 회복할 조짐이다. 기본적으로 커맨드가 좋기 때문에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 않으면 본인이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3경기만 보면 류현진 고유의 안정감이 보였다.
그러나 떨어진 성적이 갑자기 확 튀어 오르긴 어렵다. 결국 최원호 감독은 책임을 졌다. 벤치와 그라운드의 두 축이 그렇게 미묘하게 엇갈린 셈이다. 류현진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최원호 감독도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화는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정경배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새 감독은 6월 중으로 선임된다. 최근 한화는 류현진이 바닥을 찍고 일어났고, 문동주 역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새 외국인투수 제이미 바리아 영입도 눈 앞이다.
야구 특성상 선발진만 재건되면 팀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은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의 격차가 촘촘하다. 류현진이 일어난 이 시점에 한화가 다시 반전을 모색할 조짐이다. 그 과정에서 최원호 감독의 희생이 한화 사람들로선 가슴이 먹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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