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감독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25일 염기훈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은 서울 이랜드에 1-3 역전패를 당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패배로 수원은 6승 1무 7패, 승점 19점으로 6위에 머물렀고 1위 안양과의 승점 차는 8점까지 벌어졌다.
패배 직후 염 감독은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팬들에게 직접 사임 소식을 전했다.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너무 죄송하다. 2010년 수원에 온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어야 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하다. 이제는 뒤에서 수원과 팬들을 응원하겠다.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전북 현대에서 프로 축구를 시작해 울산 현대를 거쳐 2010년부터 수원 삼성에 입단한 염기훈은 2023년까지 활약했다. 수원에서 14시즌 동안 416경기에 출전하며 71골과 12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7시즌 동안은 주장을 맡았다. 또한 3회의 FA컵 우승과 리그 베스트11, 2회의 도움왕 등 살아있는 수원 삼성의 전설이었다.
축구 국가 대표팀에서 활약도 대단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해 16강 멤버로 활약했으며 A매치 57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선수 시절 그의 날카로운 왼발 킥과 크로스 능력은 상대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축구계에서는 염 감독의 사임이 예고된 비극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초보 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했던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수원 구단의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해 두 명의 감독이 연이어 경질되는 혼란을 겪었고, 올 시즌에도 팬들의 반대 속에서 염 감독의 선임을 강행했다. 수원은 윤성효, 서정원, 박건하, 이병근, 염기훈 등 수원 출신 전설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리얼블루 정책을 이어왔다.
특히 염기훈 감독의 경우 자질이 아닌 수원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선수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초보 감독을 제대로 보좌하기는커녕 성적 부진으로 뭇매를 맞는 동안 어떻게든 감독을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나 절실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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