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前 KBO리거들이 빅리그 무대에서 맞붙었다. ‘MVP’ 출신의 에릭 페디는 6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前 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 또한 4이닝 무실점으로 맞섰다.
페디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투구수 103구,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으나, 왜 페디가 트레이드 후보 1순위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30경기에 등판해 무려 20승을 수확하는 등 평균자책점 2.00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긴 페디는 ‘국보’ 선동열과 ‘코리안몬스터’ 류현진 등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외국인 선수 ‘최초’로 20승-200탈삼진의 고지를 밟으며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겨울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5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무대로 돌아갔다.
화이트삭스는 정규시즌 일정이 전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에이스’ 딜런 시즈를 떠나보내며 성적을 포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페디는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30이닝을 소화,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40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트레이드 후보 1순위로 급부상했다. 화이트삭스는 시즌을 포기했고, 페디의 몸값은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에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페디는 5월 일정이 시작된 지난 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대결에서 4⅓이닝 5실점(5자책)으로 올해 최악의 투구를 펼쳤는데, 좋지 않은 흐름을 단번에 끊어냈다. 페디는 지난 1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15일 ‘친정’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는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직전 등판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5실점(5자책)을 기록했으나, 6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고, 이날 다시 한번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다.
페디의 투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페디는 1회 거너 헨더슨-아들리 러치맨-라이언 오헌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콜튼 카우서에게 볼넷, 조단 웨스트버그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첫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타자 카일 스타워스를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3회에는 헨더슨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볼티모어 타선을 묶어내며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페디는 4회 선두타자 라이언 마운트 캐슬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시작, 앤서니 산탄데르와 카우서에게 각각 체인지업과 싱커를 던져 연속 삼진을 솎아내며 가볍게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5회에도 두 개의 삼진을 보태며 무실점을 마크했다. 타선의 지원 속에서 승리 요건을 갖춘 채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디는 러치맨-오헌-마운트캐슬로 연결되는 볼티모어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마무리는 조금 아쉬웠다. 페디는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두타자 산탄데르에게 볼넷을 내주며 출발했다. 이후 카우서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으나, 후속타자 웨스트버그에게 안타를 맞았고, 결국 실점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실점은 없었다. 화이트삭스는 두 명의 선수를 투입해 각각 한 개씩의 아웃카운트를 맡겼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페디의 6⅓이닝 무실점 투구가 완성됐다.
다만 이날 페디의 호투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3-0으로 앞선 8회초 화이트삭스의 불펜이 무너지면서 무려 5점을 헌납한 것. 화이트삭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균형을 맞추지 못했고, 결국 3-5로 무릎을 꿇었다. 따라서 페디는 다음 등판에서 승리를 노리게 됐다. 하지만 직전 등판에서 5실점으로 인해 3.10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2.80으로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면, 바로 前 KBO리거들의 맞대결이었다. 볼티모어의 선발로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알버트 수아레즈가 마운드에 오른 까닭. 수아레즈는 이날 전까지 10경기(3선발)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78로 활약 중이었다. 수아레즈도 페디와 마찬가지로 1회부터 삼진 두 개를 뽑아내며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경기를 출발했다.
스타트를 잘 끊었고, 수아레즈는 순항했다. 2회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위기 없이 화이트삭스 타선을 묶어냈고, 3회에는 병살타를 곁들이며 실점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4회에는 뜬공 세 개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탄탄한 투구를 선보였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지만, 5월부터는 불펜 투수로 보직을 전환했던 수아레즈는 오랜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만큼 4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으나, 무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날 페디와 수아레즈 모두 자신의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무실점으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선보였고, 기분 좋게 선발 맞대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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