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특급유망주’ 김진욱이 올 시즌 첫 등판에서 5선발 후보들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롯데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진욱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팀 간 시즌 5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투구수 68구,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으나,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6km.
김진욱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할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뽐냈던 김진욱은 데뷔 첫 시즌 선발로는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매우 부진했으나,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뒤 34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선보였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는 시즌이었다.
김진욱은 이듬해 다시 한번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고, 첫 등판이었던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고 ‘특급 재능’을 만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고, 14경기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6.3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는 김진욱에게 매우 아쉬운 시즌이었다.
김진욱은 4월 한 달 동안 10경기에 등판해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제로’, 5월에도 1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훌륭한 모습을 이어갔다. 어쩌면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잘 어울리는 모습. 그런데 6월부터 성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그 결과 김진욱은 지난해 50경기에서 2승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6.44로 세 번째 시즌을 마쳤다. 김진욱 또한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 지난해 초반의 좋았던 모습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형광-장원준으로 이어졌던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었으나, 선발보다는 불펜 투수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김진욱. 하지만 롯데는 김진욱을 지명할 때부터 선발로 활용할 계획을 가졌던 만큼 올해도 다시 한번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2군에서 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97이라는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김태형 감독은 2020년 2차 1라운더 홍민기, 2022년 1차 이민석에 이어 김진욱에게도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2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정말 오랜만에 선발 투수로 1군 마운드에 선 김진욱의 경기 초반 투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진욱은 1회 시작부터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 이성규와 데이비드 맥키넌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2회에는 김영웅을 124km 커브로 삼진 처리한 뒤 류지혁을 2루수 땅볼, 이재현과는 7구 승부 끝에 143km 직구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을 솎아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첫 실점 위기도 잘 넘겼다. 김진욱은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민호에게 이날 첫 번째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후속타자 김현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는데, 이어나온 구자욱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1, 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김진욱은 이성규를 144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극복했고, 김진욱은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맥키넌을 좌익수 뜬공, 김영웅을 삼진, 류진혁을 2루수 뜬공으로 묶어냈다.
4회까지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펼친 김진욱. 그렇기에 5회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안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오재일에게도 안타를 맞아 1, 3루에 몰린 김진욱은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김진욱은 김현준에게 131km 슬라이더를 구사, 3구 삼진을 뽑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제 병살타를 유도하면 이닝을 매듭지을 수 있는 순간. 그런데 구자욱에게 3구째 126km 슬라이더를 공략당했고, 이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면서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이에 롯데는 김진욱이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단 1개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래도 롯데 벤치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김진욱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첫 타자 김지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맥키넌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꾼 뒤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김진욱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은 4⅔이닝 3실점(3자책)으로 마무리됐다.
현재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일 ‘최고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3⅓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한 이민석,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12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2⅔이닝 2실점(2자책)을 기록한 홍민기, 기존의 5선발 역할을 맡았던 이인복에 김진욱까지 현재 5선발 후보로 점치고 있는데, 김진욱이 호투를 펼치며 가능성을 드러낸 만큼 롯데의 5선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연 어떤이가 5선발 자리를 꿰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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