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1루에 이우성과 서건창만 있나.
KIA 타이거즈는 2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거포 1루수 변우혁(24)을 1군에 콜업하면서 외야수 박정우(26)을 2군으로 내렸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가 좌완 브랜든 와델인 것도 감안한 듯하다. 이범호 감독은 변우혁을 곧바로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KIA는 이날 전까지 시즌 첫 4연패 늪에 빠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의리, 임기영, 윌 크로우의 공백의 부작용이 드러난 마운드의 피로감이지만, 어쨌든 분위기를 바꿀 필요는 있었다. 마침 주전 1루수 이우성은 1루와 외야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이우성이 우익수로, 나성범이 지명타자를 맡으면서 최형우가 하루 푹 쉬었다.
이범호 감독의 이 디시전은 재미를 봤다. 변우혁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했기 때문이다.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1,2루서 브랜든의 초구 슬라이더가 낮게 깔렸으나 잘 잡아당겨 좌측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김태군의 적시타에 홈을 밟았다. 7회에도 좌완 김호준의 낮게 깔리는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중간안타를 날렸다.
변우혁으로선 절박했을 것이다. 이우성, 오선우와 함께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후보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일본 고치 2군 캠프에서 맹활약한 황대인에게 밀려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변우혁은 시즌이 개막되자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1루에 이우성과 서건창이 있고, 나성범의 빈 자리는 이우성과 고종욱, 이창진이 돌아가며 메웠다. 그래도 변우혁은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며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30경기서 타율 0.333 6홈런 26타점 15득점 OPS 1.037.
사실 이날이 첫 번째 기회는 아니었다. 12일 SSG 랜더스와 광주에서 더블헤더를 치렀을 때, 특별엔트리로 부름을 받았다. 심지어 1차전서 1루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2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를 당했다. 두 차례 삼진 모두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당했다. 2차전서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막판에 우전안타 한 방을 날리고 2군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변우혁에겐 이날이 소중했을 것이다. 시즌 첫 멀티히트를 선보이며 팀의 4연패 탈출에 기여했다. 그런데 이날 이우성이 홈에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이 조금 좋지 않아 교체됐다. 이우성의 부상이 심각한 건 아니지만, 변우혁에겐 1루수로 좀 더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건 사실이다.
이 조그마한 기회를 살려야, 변우혁으로선 1군 붙박이 멤버로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황대인은 아직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황. 1군에서 확실한 롤을 가지려면 좀 더 임팩트 있는 타격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변우혁은 이날 KIA 선수들 중 가장 기분 좋게 퇴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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