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정후를 누구도 ‘이정후 프로’라고 부르지 않는다. 축구 이강인도 ‘이강인 프로’라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물론 매체도 그렇다. 현역이든 은퇴든 선수들끼리도 ‘안정환 프로,’ ‘박찬호 프로’라 호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유독 골프에서는 선수 이름 뒤에 ‘프로’를 붙이는가? ‘최경주 프로,’ ‘박인비 프로.’ 선수들끼리 서로 ‘프로’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관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골프 방송의 캐스터·해설자들도 더러 선수 대신 ‘프로’를 붙인다. 은퇴자나 코치들을 ‘프로’라 부른다. 현장 해설자에게도 마찬가지. 인쇄매체에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이 “박세리 프로님처럼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프로’는 직업 이름이 아니다
골프에는 상금 대회에 나갈 수 있는 투어프로와 교습을 하는 티칭프로가 있다. 모두 자격 시합을 통과해야 프로가 된다. 그때 ‘프로’는 성적·시간에 따라 돈을 버는 전문기술을 가진 직업선수를 의미한다. 아마추어와 구분하기 위한 용어다. 기자·변호사 같은 구체성을 가진 직업 이름이 아니다. 가령 ‘김 변호사’라고 하면 무엇 하는 사람인지 누구라도 금방 안다. 그러나 ‘박 프로’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직업인인지 알 수 없다.
골프에만 프로가 있고, 자격 대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야구·농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신인선발’에서 뽑혀야 한다. 그것이 자격시험이다. 프로 선발이 되어도 이름 뒤에 ‘프로’가 붙지 않는다. ‘프로선수’로 분류될 뿐이다. 야구 등에서는 골프와는 달리 은퇴 선수들이 프로 구단 지도자가 돼도 그들 이름 뒤에 ‘프로’를 붙이거나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는다. 축구는 프로구단 코치·감독 모두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자격증을 따야하는데도 그렇다. 코치·감독이 직업이며 ‘프로’는 자격일 뿐이기 때문이다.
골프계에서 언제부터, 어떻게 그런 유별난 호칭관습이 생겨났는지 알 수 없다. 미국·유럽에서는 없는 일. 누구도 ‘타이거 우즈 프로’나 ‘넬리 코다 프로’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한국과 같은 관습이 있다. 선수들끼리 서로 ‘프로’라 부른다.
일본 골프 팬들은 10여 년 전부터 계속 선수 대신 ‘프로’를 붙이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프로 골퍼의 경칭은 왜 ‘프로’인가? 텔레비전 등에서 ‘이시카와 프로’나 ‘아리무라 프로’라고 말하는 것처럼 ‘선수’가 아니고 ‘프로’로 표기하는 이유가 있는가?”
“이름 뒤에 ‘프로’를 붙여 부르는 것은 내가 아는 한 골프 이외에는 없다. 텔레비전 중계를 보는 경우에 아나운서가 선수 이름에 ‘프로’를 붙여 부르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아부하듯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선수의 기분이 나쁘다고 하면 얘기는 다르지만. 어떤가?”
“야구·축구·테니스 선수 등은 그런 습관이 없다. 왜 골프선수만 ‘프로’라고 부르나? 일본의 독특함인가?”
계속 의문이 생기나 뾰족한 답을 내는 사람은 없다.
■일본 영향이 큰 한국골프-호칭도 그런가?
한국골프는 일제시대에 도입되면서부터 일본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명 골프장 상당수를 일본인들이 설계했다. 일본 골프장 경관과 일본 정원양식이 많은 골프장에 반영되어 있다. 미국 등에는 거의 없는 두개 그린도 ‘일본 베끼기’라고 한다. 한국인 설계자들의 바탕이 된 자료 대부분은 일본의 골프도서, 설계 시방서 등을 번역한 자료였다. 골프장 운영 방식·골프문화도 일본에서 많이 가져왔다고 한다.
두 나라에서만 선수들이 서로 ‘프로’라 부르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다. 그동안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 골프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냐는 추정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일본인들도 마뜩잖게 여기는 관습이 한국에 존재할 적절한 이유와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일본식을 받아들였다면 국민감정에도 맞지 않다.
어떤 집단이든 그들만의 특유 문화가 있다. 집단에서만 통하는 호칭이 있다. 그러나 그런 호칭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이면 “특수 집단에서 구성원끼리만 은밀하게 사용하는 일종의 은어다.” 다른 어떤 프로 종목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므로 골프 선수끼리의 ‘프로’는 보편성이 없는 은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체들이 ‘프로’ 호칭을 사용하거나 선수들이 공식 회견 등에서 동료를 ‘프로’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은어기 때문이다. 골프협회든 선수든 호칭 관습·문화가 바른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호칭 뿐 아니다. 한국골프대회에는 세계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행태가 있다. 캐디들이 흰색, 검은색 복면을 쓰는 것. 복면은 나쁜 인상이 강하다. 외국에서는 범죄자로 오인받기 십상이라 마스크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골프는 다른 종목에 잘 없는 까다로운 복장 규정이 있다. 심지어 관중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럼에도 거부·혐오감을 줄 수 있는 복면을 그대로 두는 것은 협회와 방송사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호칭과 복장 모두 정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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