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거 됐다. 오늘 죽은거 만회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4차전 홈 맞대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2연승을 달렸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이날 롯데는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무려 8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도미넌트스타트(8이닝 1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KIA 타선을 그야말로 꽁꽁 묶었다. 타선 또한 3회말 1, 2루 득점권 찬스에서 김민성이 선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 5회 황성빈의 3루타로 마련된 찬스에서 빅터 레이예스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갔다.
6회 박세웅이 한 점을 내줬지만,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 황성빈의 내야 안타와 윤동희의 볼넷으로 마련된 득점권 찬스에서 레이예스가 사실상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쳐내며 4-1까지 달아났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었다. 박세웅이 완투 페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투입해 뒷문 단속에 나섰다. 이 선택은 최악으로 연결될 뻔했다.
김원중은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김도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는데,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최형우에게도 연거푸 볼을 던진 결과 만루 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때 KIA는 전날(21일) 이학주와 충돌하면서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 이우성을 대타 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리고 KIA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우성의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강하게 향했는데, 롯데 유격수 이학주를 맞고 튀면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이에 롯데는 4-2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것은 김선빈. 김선빈은 침착한 승부를 통해 3B-2S에서 김원중의 6구째 145km 직구를 밀어쳤고, 우익수 방면에 타구를 보냈다. 탄도가 낮았던 만큼 안타로 연결될 수도 있었는데, 이를 롯데 우익수 신윤후가 잘 잡아내며 두 번째 아웃카운트까지 만들었다.
김선빈의 타구를 잡아낸 것도 좋은 수비였는데, 이후 신윤후의 플레이는 더욱 빛을 발했다. 신윤후는 주저 없이 ‘커트맨’ 1루수(나승엽)에게 공을 뿌렸는데, 이때 대주자로 나썼던 3루 주자 박정우가 홈을 향해 뛰다가 멈춰 선 것. 조금 늦었지만, 상황을 인지한 나승엽은 3루수(박승욱)에게 공을 전달했고, 포수 유강남이 박정우를 태그 아웃시키면서 마침내 승부가 결정됐다.
워낙 짜릿한 승리였던 만큼 경기가 종료된 후 롯데 더그아웃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두 개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신윤후가 모두 머릿속에 구상을 했던 플레이였다. 신윤후는 ‘마지막에 홈으로 뛸 것이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생각을 미리 해놨다. 만약에 조금 앞쪽에서 노바운드로 잡으면 홈 승부, 조금 멀리서 잡으면 3루 승부, 안타가 됐다면 3루 승부를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선빈의 타구를 잡은 것이 쉬워 보였을 수 있지만, 워낙 탄도가 낮고 빠르게 뻗어나가면서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갔었다고. 신윤후는 “라이트에 공이 들어가서 조금 당황했는데, 계속 집중을 하다 보니 어느순간 보이더라”며 “상대 타자(김선빈)가 계속 내게 공을 보내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웃었다. 이날 김선빈은 두 번째 타석부터 마지막까지 우익수 뜬공만 세 개를 기록했다.
선발 박세웅은 신윤후를 향해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세웅은 “오늘 (신)윤후가 좋은 수비를 많이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실 오늘 삼진이 두 개 밖에 안 됐고, 그라운드볼과 뜬공이 많았다. 야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슬아슬하게 세이브를 수확한 김원중은 신윤후를 꽉 껴안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마지막 수비는 이날 견제사를 지워낼 수 있었던 만큼 신윤후도 기분 좋게 승리를 만끽했다. 그는 “실수를 한 것은 실수고, 다음 플레이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라이트 때문에) 실눈을 뜨면서 잡았다”며 “일단 3루 주자가 뛰든 안 뛰든 무조건 낮게 공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승엽이만 보고 던졌다. 그리고 승엽이가 잘해줬다. 주자가 걸렸을 때는 ‘이거 됐다. 오늘 (1루에서) 죽은거 만회했다’는 생각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윤후의 계산된 플레이는 이날 롯데를 비롯해 ‘안경에이스’ 박세웅, ‘장발클로저’ 김원중까지 모두를 구해내는 완벽한 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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