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컨택이 미쳤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가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컨택 능력 하나만큼은 나성범(35)보다 낫다고 했다. 자신이 바라보는 타격 잘 하는 선수 베스트5 중 한 명이라고도 했다. 주인공은 고종욱(35).
고종욱은 통산타율 0.303을 자랑하는 베테랑 좌타자다. 발도 빨라 주루능력도 좋지만, 사실상 타격 원툴이다. 그럼에도 2011년 데뷔 후 14년간 프로통산 1054경기에 나간 비결은, 언제 어떤 상황에 나가도 좋은 타격을 하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고종욱은 올 시즌 22경기서 24타수 7안타 타율 0.292 1홈런 4타점 3득점 OPS 0.870 득점권타율 0.222다. 백업 외야수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수비력이 불안해 주전으로 쓰긴 어렵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불규칙하게 타석에 들어가는데 이 정도 수치를 찍는 건, 아무나 못한다.
고종욱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 대타 타율이다. 2022시즌 0.296, 2023시즌 0.295에 이어, 올 시즌에도 0.400이다. 올해는 아직 표본이 적다고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3할에 육박하는 대타 타율은 ‘미쳤다’는 말 외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대타 타율은 0.250만 돼도 박수 받는다. 물론 몸은 풀었지만, 경기도중 갑자기 타석에 들어간 타자가 안타를 칠 확률은 경기 초반부터 꾸준히 타석에 들어간 주전타자가 안타를 칠 확률보다 낮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대타는 늘 긴박한 순간, 상대 최고투수와 만날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면 점수 차가 확 벌어진, 긴장감도 떨어지는 경기후반이다. 이래저래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고종욱은 그걸 딛고 KIA 유니폼을 입고 3년 연속 ‘최강 대타’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최형우 말대로 컨택이 극강이라는 말 외에 설명이 안 된다. 대타, 백업으로 살아온 경험도 풍부해 분명히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전임감독도 출루가 필요할 땐 이창진, 해결이 필요할 땐 고종욱을 썼다. 이범호 감독도 그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런 고종욱은 2일 광주 KT 위즈전 이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3일에 1군에서 말소됐기 때문이다. 전략적 1군 말소였다. KIA 야수 뎁스와 마운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범호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당시 이범호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현역으로 군 복무한 뒤 구속이 부쩍 오른 우완 김도현을 확인하는 차원, 야수 뎁스가 좋아 대타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고종욱과 김도현의 위치를 맞교대했다. 마침 나성범이 돌아와 지명타자와 수비를 번갈아 소화하게 되면서 고종욱의 쓰임새가 줄어든 건 맞다.
이범호 감독은 당시 나성범이 꾸준히 우익수 수비를 나갈 시점이 되면 고종욱을 1군에 부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성범이 최근 수비 비중을 높였음에도 고종욱의 1군 콜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역시 이유가 있다. 마운드 사정이 아직 완전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KIA 마운드는 여전히 비상이다. 윌 크로우, 이의리, 임기영이 나란히 빠진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불펜의 힘이 시즌 초반만 못하다. 때문에 김도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투수 한 명이 귀해 야수 로스터를 늘리긴 쉽지 않다. 심지어 현재 1군 내야 백업 홍종표와 외야 백업 박정우도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다. 1군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고종욱이 없던 지난 3주간, 분명히 경기도중 고종욱이 생각나는 순간이 있었다. 딱 한 방이 부족해 비기거나 진 경기들이 있었다. 2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역시 타격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 고종욱은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을 조율한다. 지난 18~19일 강화 SSG 랜더스전서 단타와 2루타를 한 방씩 터트렸다. 1군 붙박이로 뛰어야 할 최강 대타가 전략적 후퇴를 한지도 3주째. 분명히 앞으로 어느 순간 1군에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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