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너무 좋아서 아무런 생각도 안 났어요”
롯데 자이언츠 강성우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6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선발 출전은 아니었지만, 경기 막판 대타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는 기쁨을 맛봤다.
강성우는 아직까진 롯데 팬들에게 생소한 이름. 지난 2024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내야 유망주다. 강성우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22경기에 출전해 10안타 3타점 4도루 타율 0.222 OPS 0.509를 기록, 지난 19일 경기에 앞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타격 성적이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지만, 4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대주자로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한 결정이었다.
강성우는 지난 4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나흘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지만, 이번엔 달랐다. 강성우는 지난 19일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2사 1루에서 장두성을 대신해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당시 타석에서 강성우는 제대로 된 타격 기회를 갖지 못했다. 1루 주자였던 고승민이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투수 견제에 걸려 아웃이 된 까닭.
의도치 않게 첫 번째 기회가 사라졌지만 강성우는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았고,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두산의 ‘마무리’ 홍건희와 맞대결을 갖게 됐다. 그리고 초구와 2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과 파울을 기록하며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 놓였다. 그런데 3구째 138km가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코스로 몰리게 됐고, 이를 좌익수 방면에 안타로 연결시켰다. 데뷔 첫 안타. 다만 이후의 결과는 아쉬웠다.
강성우는 후속타자 김민성의 타석 때 도루를 시도했는데, 베이스를 지나친 결과 태그 아웃 판정을 받았다. 태그를 피하고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주눅들지 않았다. 강성우는 연장 11회초 윤동희와 고승민의 연속 볼넷으로 마련된 무사 1, 2루에서 두산의 ‘필승조’ 최지강을 상대로 희생번트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롯데 팬들은 물론 벤치에도 ‘작전 수행 능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어린 유망주의 프로 데뷔 첫 1군 무대, 사령탑은 어떻게 지켜봤을까. 김태형 감독은 21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강성우에 대한 질문에 “안타를 떠나서, 일단 자세가 좋더라. 굉장히 떨렸을 텐데 1~2루에 번트를 침착하게 대는 모습을 보고 ‘잘한다’ 싶더라”며 아쉽게 도루 실패를 했던 장면에 대해서는 “태그를 피하기 위해서 슬라이딩을 하다 보니 옆으로 돌다가 그냥 지나가버리더라”고 껄껄 웃었다. 실수도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의 눈에는 꽤나 좋게 보였던 모양새였다.
2군에서는 많은 경기에 뛰었지만, 두 번의 콜업 만에 첫 데뷔전을 치르고 안타까지 뽑아낸 기분은 어땠을까. 강성우는 “토요일(18일) 경기가 끝난 뒤 콜업을 통보받았다. 그래서 서산에서 경기를 치르고 1군에 합류했다. 지난번 1군에 올라왔을 때는 경기를 못 뛰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회가 되면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고, 1루 베이스를 밟은 후 그 기쁨을 제대로 표출했다.
강성우는 “2구째까지는 직구가 한 번이라도 올 줄 알고, 직구 타이밍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런데 계속 변화구가 오길래, 3구째에는 타이밍을 중간으로 잡고 쳤는데, 잘 맞아떨어졌다”며 “안타를 치자마자 너무 좋아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더라. 형들이 얘기해 준 것처럼 안타를 친 직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모님께서도 정말 좋아하셨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안타를 치고 너무 들떴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더 침착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19일 경기가 끝난 뒤 휴식일이 있었던 만큼, 첫 안타 영상을 엄청나게 돌려봤다고.
완벽할 수 있었던 데뷔전의 옥에 티가 있다면 바로 도루 이후 오버런으로 인한 태그아웃이었다. 강성우는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멋쩍게 웃으며 “초구에는 번트 사인이 나왔다가 이후 스틸 사인이 나왔다. 2루에서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해서, 태그를 피하려고 하다가 왼손으로 베이스를 못 잡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 번트는 완벽했다. 그는 “1, 3루수가 엄청 압박을 하더라. 그래서 2군에서 했던 것처럼 최대한 방망이 끝에 맞춰서 투수 앞으로 보내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만원에 가까운 수많은 팬들 앞에서 처음 치러본 경기. 강서우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응원 소리가 엄청 잘 들렸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갈 때부터 노이즈 캔슬링이 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더라. 너무 긴장이 됐다. 2군에 있으면서,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것이 꿈이었다. 이제 꿈을 이뤘으니, 다음 목표를 잡아야 할 것 같다”며 “아직까지 다음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지만, 1군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성우의 롤모델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다. 경기를 실시간으로 챙겨볼 여건은 안 되지만, 하이라이트는 꼭 챙긴다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타석에서 컨택과 선구안, 주루플레이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비에서는 송구의 정확성과 핸들링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어필한 강성우가 향후 김하성과 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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