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뭔가 찝찝한 그런 느낌이라고…”
KIA 타이거즈 우완 황동하(22)의 데뷔 첫 승은 19전20기였다. 황동하는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사사구 2실점으로 마침내 승리투수가 됐다. 이달 들어 데뷔 처음으로 5이닝 투구를 세 차례 연속하는 등 최근 첫 승의 기운은 분명히 있었다.
결국 황동하는 지난 2경기서 5이닝 3실점(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5이닝 1실점(12일 광주 SSG 랜더스 더블헤더 1차전)을 하고도 야수들과 궁합이 맞지 않아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에서 투구 밸런스를 잡으면서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47~148km까지 올랐고, 스위퍼를 익히면서 기존 커터, 포크볼과 함께 유용하게 잘 사용한다.
그런데 황동하의 첫 승에는 유쾌한 뒷이야기도 있다. 팀 동료 김도영(21)이 최근 거의 매번 황동하가 선발 등판하는 날 그날의 승운을 점지(?)해줬다고 한다. 황동하에 따르면 김도영이 제법 디테일하게 예언(?)했는데, 황동하는 그런 김도영을 경기 전엔 안 볼 생각도 했다.
김도영은 “전 경기에 내가 장난으로 ‘동하야 너 분명, 내가 봤을 때 오늘의 너의 느낌은 되게 좋은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좋은 투구를 했지만 승리투수는 안 됐다. 그런데 오늘은 정확히 진짜 느낌이 왔다”라고 했다. (황동하가 1살 많지만, 두 사람은 입단동기라서 말을 편하게 한다)
김도영의 이런 주장에 황동하는 약간 어이없다는 반응. 황동하는 “도영이는 거의 맨날 첫 승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오늘도 진짜 할 것 같다고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나 황동하는 진짜로 이날 데뷔 첫 승을 했고, 김도영의 예언은 정확했다.
황동하도 친구의 첫 승을 진심으로 바라는 김도영이 내심 고마운 눈치다. 황동하는 “사실 도영이가 평소에도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 좋은 느낌을 받아서 이렇게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김도영도, KIA 선수들도 황동하가 첫 승을 하자 유독 장난끼를 더 심하게 발휘해 세리머니를 했다.
이제 첫 승을 했으니 황동하의 다음 선발 등판일에, 김도영은 황동하에게 어떤 예언을 할까. 황동하의 답이 걸작이다. “잘 던질 것 같은데 승을 못할 것 같다고 그런다. 그냥 도영이를 그날 안 만나든지 아니면 조용히 하라고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감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황동하는 “형들이 오히려 첫 승을 쉽게 하는 게 아니라고, 좀 우여곡절 끝에 좀 하게 됐는데 나는 그냥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게 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첫 승 세리머니 이후, 몸에 끼얹은 각종 음료에 찝찝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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