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최)형우 형이 나이가 있다 보니까…”
KIA ‘나스타’ 나성범(35)은 작년부터 종아리,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렸다. 2년 연속 개막전을 놓쳤다. 올 시즌 풀타임 우익수를 맡는 게 어렵다. 나성범도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장기적으로 지명타자를 맡는 게 맞다.
그러나 본인은 수비를 하며 몸도 덥히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걸 선호한다. 결정적으로 ‘타격장인’ 최형우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다. 최형우는 41세의 나이에 나성범을 대신해 수비를 소화한다. 최형우도 수비를 하는 걸 좋아하지만, 사실 힘들 것이라는 게 후배 나성범의 생각이다.
나성범은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결정적 홈 보살과 결승타, 쐐기 투런포를 터트린 뒤 최형우 얘기를 꺼냈다. 그는 “많이 힘들 것이다. 솔직히 나이가 있다 보니까, 형우 형에게 되게 미안하기도 하고, 솔직히 나는 수비를 계속 나가고 싶긴 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도 받아들인다. 나성범은 “이게 또 너무 무리하다 보면, 안 되기 때문에 형우 형이 한번씩 배려를 해 주셔서 되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렇게 두 베테랑은 타격과 수비에서 도와가며 KIA를 1위로 이끈다.
KIA는 이날 2위 NC를 잡고 NC에 2경기 차로 도망갔다. 그러나 이의리, 임기영, 윌 크로우가 없는 마운드 사정 때문에 위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나성범은 “아니요. 위기라고 절대 생각 안 한다. 지금 5팀의 격차가 별로 안 나긴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긴장감이 생긴다. 확 차이가 나는 것보다 이렇게 가야 선수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래야 강팀이 된다”라고 했다.
여기서 ‘정신적 지주’ 최형우의 존재감이 또 드러난다. 이날 경기의 경우, 1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 연장 여파로 못 나간 불펜 투수가 많았다. 실제 마무리 정해영도 쉬었고, 전상현이 세이브를 따냈다. 대체 선발 김건국은 햄스트링 불편함으로 1이닝만에 내려갔다. 타자들의 부담이 큰 경기였다.
나성범은 “경기 전에 투수들이 쉬고 있는 게 또 보이니까. 안 나가는 거 아니까 경기 전에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우 형이 경기 전 타자들이 모일 때 이야기했다.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하니까, 어제 또 어려운 경기도 했고. 그래서 이제 타자들이 조금만 더 힘내서, 중요한 순간이면 집중해서 한 점, 한 점씩 달아나보자’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걸 선수들끼리 말하고 경기를 하는 것과 안 하고 하는 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 나성범을 비롯한 선수들은 최형우의 그 한 마디를 순간순간 생각하고 경기를 치렀다. 자연스럽게 공수 응집력에 도움이 됐다. 나성범은 “중요한 순간에 나갈 때마다 그 생각이 좀 났고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했다. 선수들도 수비부터 집중력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KIA의 주장은 나성범이다. 그러나 주장조차 정신적 지주를 믿고 따른다. KIA가 이래서 1위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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