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잊고 있었다. KIA 타이거즈 ‘나스타’ 나성범(35)은 방망이만 잘 치는 선수가 아니다.
나성범이 결승타와 함께 경기초반 결정적 홈 보살로 KIA의 단독 1위 사수를 이끌었다.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4-4 동점이던 7회초 1사 3루서 NC 좌완 김영규의 2구 몸쪽 145km 패스트볼을 가볍게 공략, 결승 1타점 중전적시타로 연결했다.
5-4로 앞선 9회초 무사 1루서는 좌완 임정호의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를 툭 밀어 좌월 쐐기 투런포로 연결했다. 시즌 3호. 이제 그라운드 곳곳으로 타구가 나온다. 나성범의 타격감은 완전히 나성범답게 돌아왔다.
나성범은 이번주 들어 타격감이 완전히 올라왔다. 지난 1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을 SBS에서 생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나성범이 이제까지 뭔가 억지로 강하게 타격하는 모습이었으나 이제 방망이가 가볍게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이밍이 늦어도 안타 생산이 가능한, 특유의 감각, 리듬을 되찾았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나성범의 이날 하이라이트는 결승타가 아니다. 사실 승패와 직접적 연관은 없었지만, 3-2로 앞선 3회말 1사 3루서 나온 홈 보살이 진짜 하이라이트였다. 김성욱이 KIA 좌완 김사윤의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툭 밀었다. 잘 밀었다. 짧은 타구가 아니었다.
여기서 나성범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타구를 포구 한 뒤 제자리에서 그대로 홈에 노 바운드 송구, 포수 한준수의 미트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한준수는 뒤돌아서서 벤트 레그 슬라이딩을 하던 3루 주자 맷 데이비슨을 태그했다.
데이비슨의 슬라이딩도 좋았다. 최초판정은 세이프. 그러자 한준수가 즉시 3루 덕아웃에 비디오판독 사인을 보냈고,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주심에게 신청했다. 결국 판정이 뒤집혔다. 데이비슨의 발이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뜬 순간 한준수가 절묘하게 태그하는 장면이 잡혔다. 결국 아웃.
한준수의 대처도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나성범이 매우 정확한 택배 혹은 미사일 홈 송구를 하지 못했다면 데이비슨의 득점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나성범은 수비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깨 하나만큼은 리그 최강이다. 한 눈에 봐도 어깨를 비롯한 상체 넓이가 태평양이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이 올해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돌아온 뒤 우익수 기용에 조심스러웠다. 이젠 선수생활 마지막까지 다리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최형우와 수비-지명타자 공존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수비수 나성범의 가치가 떨어진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친정 NC를 상대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나성범은 “솔직히 송구 연습을 그렇게 따로 하지는 않았다. 그냥 잡는 것만 하고 뛰는 것에만 집중했다. 거의 캐치볼만 했다. 던지는 순간 공이 좀 살짝 빠진 느낌이 났다. 그런데 포수 한준수가 또 잘 잡고 또 태그까지 잘 했다. 나보다는 준수가 잘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성범은 “솔직히 원바운드로 던지려고 했는데 이게 좀 빠진 거였다. 주자가 누군지 생각 못 했다. 솔직히 그냥 뒤로 좀 물러나서, 이제 또 여유 있는 타구였기 때문에 나오면서 한 번에 강하게 던져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던지고 나서 빠지는 느낌이 나서 ‘이건 무조건 세이프다, 이거 점수 줬다’ 이 생각만 했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또 공이 쭉 가서 또수가 잘 해줬기 때문에 좋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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