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의 전설적인 왼손 공격수 박철우(38)가 코트를 떠난다.
박철우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23-2024시즌을 치르면서 은퇴 시점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이제 때가 됐다. 구단에서 2024-2025시즌 연봉 계약 대상자에서 제외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때,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다. 현역 생활을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이제 정말 떠날 때라고 생각했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전력 배구단 관계자는 이날 “박철우와 2024-2025시즌을 위한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박철우는 해설위원 등 새 출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박철우는 한국 배구에 큰 획을 그은 선수”라며 “선수가 은퇴를 결심하면 은퇴식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철우는 “마침 한 방송사에서 해설위원 제의를 했다. 다른 시선으로 배구를 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철우는 한국프로배구 V리그 원년(2005년) 멤버다.
현대캐피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삼성화재, 한국전력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2023-2024시즌까지 19시즌 동안 코트를 누볐다.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인 그는 564경기에 출전해 6천623득점, 공격 성공률 52.13%를 기록했다.
박철우는 V리그 최다 득점 1위다. 공격 득점(5천603개)도 V리그 1위다.
2008-2009시즌에는 V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코트를 지켰던 박철우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박철우가 우리 팀과 한국 배구에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박철우와 결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철우는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팀에 쓸모가 있을 때까지 뛴다. 팀에 부담이 되면 미련 없이 떠난다’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전력 구단에서 ‘재계약이 어렵다’고 말했을 때도 ‘그동안 감사했다’라고 답했다. 최선을 다했고, 구단에서도 내게 충분히 기회를 줬기에, 미련은 없다”고 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래도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 작게나마, 흔적은 남겨 뿌듯하다”며 “내 기록을 빨리 후배들이 깨주길 바란다”고 했다.
은퇴 후 첫걸음을 해설위원으로 택했지만, 박철우의 다음 목표는 ‘성공한 배구 지도자’다.
박철우는 “은퇴가 다가올 때부터 배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며 “열심히 방송을 준비하면서 시야를 더 넓혀서, 지도자로 다시 코트에 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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