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야말로 ‘노히트노런’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올 시즌 첫 번째 대기록을 작성했던 로넬 블랑코(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이물질 사용 적발로 인해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게 됐다.
‘MLB.com’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넬 블랑코가 지난 15일 4회 심판들이 글러브에 끈끈한 이물질을 발견하며 퇴장당했고,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블랑코는 지난 2016년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경험치를 쌓아 2022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 시즌 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으나, 지난해 17경기(7선발)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4.50의 성적을 통해 가능성을 남겼고, 올해 잠재력에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첫 번째 등판은 압권 그 자체였다.
블랑코는 지난달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9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2볼넷만을 내주는 등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개인 통산 첫 번째이자, 올 시즌 첫 번째 노히트노런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데 성공한 블랑코는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5로 활약했다. 최근 실점이 이어지면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치솟았지만, 훌륭한 투구를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선발 등판한 블랑코는 1회 두 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만루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삼진과 한 개의 뜬공을 유도해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또한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3회에도 2사 2루의 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투구를 이어나갔는데, 4회 마운드를 오르는 과정에서 심판들로부터 이물질 검사를 받았다.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심판진이 블랑코의 글러브에서 끈적끈적한 이물질을 발견한 것. 블랑코는 투구를 하지 않는 왼팔에 로진을 발랐는데, 땀을 흘린 탓에 로진이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라즈 디아즈 심판 팀장은 “이건 로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블랑코는 줄곧 자신의 손을 내밀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심판진은 오랜 상의 끝에 블랑코의 글러브를 회수했고, 퇴장을 명령했다. 조 에스파다 감독의 항의 또한 무용지물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15일 결국 블랑코는 이물질 사용으로 인해 10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벌금 징계까지 받게 됐다. 일단 블랑코는 항소하지 않고 징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휴스턴의 데이나 브라운 단장은 “블랑코가 처음에는 항소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이전트와 상의한 끝에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브라운 단장은 “블랑코가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여러분은 알 것이다. 로진과 땀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심판은 끈적한 이물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블랑코가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처럼 만약 이물질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블랑코의 행동은 문제가 될 수 있다. ‘MLB.com’에 의하면 투구를 하지 않는 반대손에 로진을 바르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블랑코 또한 해당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브라운 단장은 “블랑코는 좋은 사람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 일을 더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블랑코가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 시즌 첫 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던 만큼 이번 이물질 퇴장 및 징계는 블랑코에게 ‘꼬리표’ 처럼 따라다닐 전망이다. 노히트노런을 만들어낸 것도 이물질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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