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언급된 제시 마쉬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 캐나다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직접 만나 연봉 등 세부 계약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마쉬 감독을 놓친 것이다.
연봉을 놓고 입장차가 컸던 걸로 알려졌다.
마쉬 감독은 직전에 지휘한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350만 파운드(60억)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고려하는 대표팀 감독의 연봉은 세금을 제외하고 150만∼200만 달러(20억5천만원∼27억3천만원) 수준이다.
가뜩이나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300억원가량 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경질에 따른 비용 문제도 있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줘야 할 돈까지 더하면 부담해야 할 액수가 1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마쉬 감독의 새 행선지인 캐나다축구협회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캐나다축구협회는 2024회계연도 기준 400만달러(약 55억원)의 운영 적자를 예상했다.
그달 임명된 케빈 블루 최고경영자(CEO)가 “비영리 스포츠 기관이 매년 상황에 흑자나 적자를 보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현 적자 상황은 계속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다.
캐나다축구협회는 2021년 530만달러(약 72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2년 630만달러(약 86억원) 적자를 봤다. 현지 매체들은 2023년 역시 적자가 발생한 걸로 추정한다.
게다가 캐나다축구협회는 선수들과 ‘처우 갈등’도 빚었다. 지난 2월 캐나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전·현직 협회 임원 15명을 상대로 4천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표팀 경기 중계권·후원을 담당하는 민간 회사 ‘캐나다 축구 사업'(Canadian Soccer Business·CSB)과 관련, 2018년 최초 계약 시 협회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불공정한 조건이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선수 측은 주장한다.
이 부문을 시장에 맡겼다면 업체 간 경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으나 협회가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안팎으로 ‘돈 문제’가 불거진 캐나다축구협회의 살림이 워낙 빠듯해, 마쉬 감독 영입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협회는 방법을 찾아냈다.
협회는 14일(한국시간) 마쉬 감독 선임을 발표하며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에 참가하는 캐나다 3개 팀(몬트리올, 토론토, 밴쿠버)의 구단주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구단을 소유한 현지 유력 기업가 조이 사푸토, 스포츠 기업 메이플 리츠 스포츠 앤드 엔터테인먼트 등의 지원 아래 자금줄을 찾아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민간에서 여러 기부자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축구협회가 직접 이들 기업과 협상에 나서는 등 마쉬 감독 선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걸로 보인다.
캐나다축구협회는 “이런 기부식 도움은 대학, 병원,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등에서 흔하다. 이게 캐나다 스포츠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골프 여자대표팀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의 전문 스포츠 행정가인 블루 CEO는 최근 축구협회를 맡기 전 캐나다골프협회를 이끈 바 있다.
일간 캐네디언프레스는 “이번에 마쉬 감독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블루 CEO가 캘리포니아와 스탠퍼드대 운동부 담당, 골프협회의 고위직을 맡으며 얻은 교훈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호평했다.
CBS 역시 블루 CEO가 제시한 기부 모델을 놓고 ‘매우 독특한 자금 확보 방식’이라며 “캐나다축구협회가 재정 문제 속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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