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 외야에 김호령 업그레이드 버전이 탄생했나.
KIA의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윤도현이 전부가 아니었다. 외야수 박정우(26)도 확연히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7라운드 64순위로 입단한 뒤 좀처럼 1군의 벽을 뚫지 못했다. 외야 뎁스가 눈에 띄게 좋아진 작년부터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박정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저연차 시절 마른 체형으로 고민이 많던 박찬호를 잘 따랐다는 후문이다. 박찬호의 도움에 이어, 지난 겨울에는 김선빈의 도움으로 제주도에서 미니캠프도 함께 소화했다. 캔버라에서 직접 지켜본 박정우는 눈에 불을 켜고 훈련에 임했다.
주루, 수비 전문이던 전임감독은 박정우를 1군에서 많이 쓰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도 일단 박정우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성범이 갑자기 빠졌지만, KIA 1군에 꼭 들어가야 할 선수가 너무 많았다.
결정적으로 박정우의 롤은, 김호령이 소화할 수 있었다. 중견수 수비 하나만큼은 리그 탑클래스이며, 주력도 좋다. 박정우가 현실적으로 김호령을 끌어내리려면, 결국 타격에서 뭔가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퓨처스리그에서 타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도루왕은 예고편이었다. 올 시즌 21경기서 74타수 29안타 타율 0.392 12도루 6타점 17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14타수 4안타 타율 0.286를 그냥 찍은 건 아니었다. 퓨처스리그 전체 타격 1위로 펄펄 나는 모습을, 이범호 감독은 외면하지 않았다.
타격만 되면, 박정우는 김호령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박정우가 10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1군에 올라왔다. 김호령과 롤은 똑같다. 대수비와 대주자다. 그리고 타격 기회가 생기면 보여주면 된다.
일단 수비력을 보여줬다. 주전 중견수 최원준이 이날 자신의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5회말 종료와 함께 빠져야 했다. 그렇게 6회초에 투입됐다. 그리고 1사 2루서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타구가 박정우에게 강하고 빠르게 날아갔다.
박정우는 에레디아가 워낙 컨택이 좋아 깊숙한 수비를 하지 않은 듯했다. 대신 에레디아의 타구를 빠르게 뒷걸음할 주력이 있었다. 재빨리 워닝트랙까지 따라가서 점프, 글러브를 뻗어 타구를 넣었다. 펜스에 살짝 부딪힌 뒤 넘어졌다. 그러나 KIA 팬들의 환호성에 벌떡 일어난 박정우의 얼굴에 뿌듯함이 보였다.
박정우가 1군에서 타격도 어느 정도 되는 걸 보여준다면, 앞으로 1군 외야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박정우와 김호령의 선의의 경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이게 의미가 있다. 나성범과 최형우가 어차피 풀타임 수비를 하기 어렵다. 나머지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다. KIA 뎁스가 워낙 좋아 박정우와 김호령이 1군에서 공존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대신 경쟁을 통한 시너지는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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