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평균자책점 5.65.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찍지 않은 수치다. 2012년 이후 12년만에 돌아온 KBO리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고전이다. 9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27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25위. 이 수치를 끌어내려 2~3점대 평균자책점까지 갈 수 있을까. 반전이 필요하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와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류현진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투수다. 기본적으로 수비무관평균자책점이 3.18로 리그 3위다. 수비수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주면 3점대 평균자책점이 가능한 투구를 했다는 얘기다.
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만 해도 5회 중견수 정은원의 포구 실책이 대량실점의 도화선이 된 건 사실이다. 투수는 수비 실책이 나오면 맥이 빠지게 돼 있다. 객관적으로 한화 내, 외야의 수비력이 좋은 편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리고 KBO리그 타자들은 이제 150km 이상의 패스트볼도 가운데로 들어오면 안타나 홈런으로 연결한다. 류현진은 변화무쌍한 피치디자인, 보더라인 활용 등 장점부터 확실히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게 최원호 감독의 시각이다.
그런데 타구 속도를 보면, 류현진은 여전히 위력이 있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올해 류현진이 허용한 평균 타구속도는 고작 130.5km다. 166위다. 그만큼 타자들이 류현진을 까다롭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하드히트도 19.6%로 153위다. 분당회전수도 2091.9회로 21위. 구위 자체는 살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스탯티즈 기준 류현진의 포심 구종가치는 7.1로 리그 2위다. 그런데 주무기 체인지업 구종가치가 3.4로 리그 9위, 커터는 -1.9로 15위, 커브는 0.2로 7위다. 그러고 보니 류현진의 체인지업, 커터 피안타율이 각각 0.280, 0.391이다. 포심과 커브 피안타율은 각각 0.289, 0.250.
이를 뒷받침하는 의견이 있다. 현재 프로에 없는 한 지도자는 “한화 수비수들이 빗맞은 타구를 종종 처리를 못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수비수들이 좀 더 집중하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의 스윙 라인이, 류현진의 변화구에는 잘 걸리는 것 같다”라고 했다.
또 하나.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류현진이 타자들에게 유도한 헛스윙 비율은 단 9.1%다. 스윙할 때 컨택트 확률도 82.2%로 높다. 스트라이크 존 밖의 컨택트 확률도 25.7%로 높다. 반면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의 컨택트 확률은 50.9%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어쨌든 류현진의 공이 타자들 방망이에 잘 걸린다는 얘기이며,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하는 유인구로 재미를 많이 못 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구위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단, 5회에 계속 무너지는 대목은 내부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최원호 감독은 체력문제라고 보지 않았지만, 시즌 준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한 대목은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실제 류현진은 지난 겨울 급하게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변화구의 품질 및 야수들의 수비 이슈는 전체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연히 한화와 류현진이 이런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갖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5월 초이며, 류현진이 영리한 투수인 걸 감안하면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설적으로 한화 야수들이 류현진 등판 경기서 경기 내내 깔끔한 수비를 펼치면, 류현진의 현주소를 좀 더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터, 전력분석팀, 코칭스태프 등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