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설레발이었다. 한국 축구 선수 최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맞대결 기대감은 사라졌다. 오히려 냉혹한 현실을 느낄 수 있는 UCL 4강이었다.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PSG)과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이 2023-24시즌 UCL 4강에 올랐다. 엄청난 기대감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 선수 최초의 UCL 결승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한국 축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영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감은 사라졌고, 냉정한 현실이 한국 선수들에게 상처를 줬다.
김민재는 그야말로 UCL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 4강 1차전에 선발로 나섰고, 2실점에 모두 관여했다. 그러자 김민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폭주했다. 심지어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도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김민재를 향해 ”탐욕스러운 수비”라고 비난했다.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2-2로 비긴 바이에른 뮌헨은 오는 9일 2차전을 가진다. 1차전에서는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부상을 당해 김민재가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데 리흐트가 부상에서 돌아왔다. 김민재의 자리는 없다. 데 리흐트-에릭 다이어 선발이 확정적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결승에 진출한다고 해도 김민재의 공간을 없을 것이 확실하다.
PSG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0-1로 패배한 PSG는 2차전 홈에서도 0-1로 패배했다. PSG는 1, 2차전 합계 0-2 패배로 UCL에서 탈락했다.
이강인은 UCL 4강에서 외면을 받았다. 1차전에서는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후반 막판 급할 때 투입됐다. 이강인은 후반 31분에서야 교체 투입됐다. 무언가를 보여줄 시간이 없었다. 이강인은 UCL 4강 무대를 밟아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UCL 4강을 통해 김민재와 이강인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팀에서 입지가 불안하다.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PSG 모두 UCL이 가장 중요한 대회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한다는 건, 팀의 핵심 멤버, 주축 멤버가 아니라는 의미다. 김민재가 그랬고, 이강인이 그랬다.
UCL 4강이라는 큰 무대에 초대 받은 이들이 진정한 팀 내 핵심 멤버다. 부정할 수 없다. 감독이 신뢰하지 않는 선수를 UCL 4강에 선발로 내보낼 리 없다. 반대로 자신이 신뢰하는 선수를 벤치로 밀어낼 리도 없다.
이런 팀 내 입지 불안은 자연스럽게 방출설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김민재 방출설을 제기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김민재를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최근 킬리안 음바페 대체자를 찾고 있는 PSG는 나폴리의 빅터 오시멘을 원하고, 오시멘을 영입하기 위해 현금+선수를 내줘야 하는데, 그 거래 대상 선수에 이강인이 포함됐다. 팀의 입지가 확실하면, 감독의 신뢰가 있다면 이런 이적설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이번 UCL 4강은 기대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났다. 김민재와 이강인, 유럽 빅클럽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만큼 빅클럽은 힘든 야생이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밟히는 곳이다. 최고가 되느냐, 추락하느냐, 중간이 없다. 그래서 힘들다. 그래서 빅클럽 선수들이 대우를 받는 것이고,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다.
이번 UCL 4강을 계기로 김민재와 이강인은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이제 첫 시즌이다. 다음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전진해야 한다. 팀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배 박지성과 손흥민이 UCL 결승에 선발로 뛸 수 있었던 이유다. 빅클럽 입성 그 자체에 안주했다가는, 방출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강인, 김민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P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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