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올림픽 출전 실패가 일본에서 생뚱맞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 때문이다. 축협의 사과가 오히려 일본인들이 한국을 우습게 보도록 만들었다. 올림픽 못 나간다고 국민에게 사죄라니? 가당치도 않다는 것.
발단은 4월26일 일본 축구 매체의 보도. “40년 만에 올림픽 출전 실패한 대참사에 한국축구협회가 이례의 공식 사죄.”
제목에 ‘이례’라는 단어를 붙였다. 도저히 협회의 사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 제목이 그런 만큼 일본인들도 냉소했다.
“한국축구협회의 대응은 남의 일이 아니다. 승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지면 지옥”이라는 안타까움을 나타낸 댓글도 있다. 그러나 “일본인은 ‘사죄’ 따위 요구하지 않는다,” “별다른 불상사가 일어난 것은 아니니까 ‘사죄’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자존심이 앞선 탓이 아닐까?” “올림픽에 못 나간다고 사죄한다?”는 등 사과를 요구한 한국인들이 시답지 않다는 본새다.
한국인으로서는 화나고 억울한 일이다. 그들이 무얼 안다고?
우선 기자가 취재를 하지 않았다. 기자가 알려주지 않으니 일본인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모른다. 한국인들이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더욱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축구협회와 한국 축협이 얼마나 다른지 모른다. 일본축구협회를 기준으로 판단하니 한국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나라 축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축구협회에는 족벌체제의 장기집권이 없다.
두 나라 축협이 얼마나 다른가?
일본축구협회는 1921년 창설됐다. 1992년까지는 정치인, 관료, 기업인들이 회장을 맡았다. 특이한 인물은 노즈 야즈루. 그는 1955년부터 21년 동안 회장을 지냈다. 최장수 회장. 동경제대 의대 축구선수 시절 잠시 국가대표로 뛰었다. 의사이나 축구 등 체육계에 큰 공헌을 했다.
지금까지 113년 역사, 15명 회장 가운데 그를 빼고는 13년 이상 회장을 지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1987년부터는 9년 이상 재임도 없다. ‘축협 장기 집권’은 이미 47년 전에 끝난 유물이다.
일본축구협회는 1994년 나가노 켄 회장 때부터 완전히 탈바꿈했다. 본격 축구인 회장 시대가 열렸다. 켄은 감독으로 일본 최초로 멕시코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일본 축구의 개혁자로 불린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성공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회장은 켄을 포함한 8명. 그 가운데 가운데 6명이 국가대표 선수였다. 1명은 청소년 대표선수. 켄과 오카노 쥰이치로 등 3명은 일본대표팀 감독, 1명은 대표팀 코치, 1명은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8명 가운데 1명만이 선수 경력이 없다. 그 대신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가 실업축구의 명문. 그는 입사하자마자 축구부 운영에 관여했다. 임원 등을 지내면서 아시아축구연맹과 세계축구연맹 이사 등으로 일본 축구를 대표했다.
평생 축구인으로 일본 축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아니면 회장이 될 수 없다. 특히 쥰이치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때 회장에 뽑혔다. 올해 새로 된 회장을 제외한 7명의 평균 재임 기간 4.3년이다.
일본축협이 새롭게 태어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축협은 어떤가? 일본 회장은 8명이나 한국은 3명. 1993년-2009년 정몽준, 2009년-2013년 조중연, 2013년-현재 정몽규.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3년. 일본의 2배가 넘는다.
더욱이 두 정 회장은 현대 집안의 4촌 간. 정몽준 회장 16년, 정몽규 회장 11년으로 형제의 27년 째 독식이다. 형제의 재임 기간은 일본 평균의 4배다. 조중연 회장도 현대의 코치와 감독대행을 지낸 현대 사람. 축구협회는 30년 넘게 현대체제다. 일본이 오래 전에 청산한 유물인 장기 집권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도 족벌체제로.
두 정 회장 모두 축구선수 경력이 전혀 없다. 정몽규 회장은 전북 현대, 울산 현대 구단주가 축구인 경력 전부다. 조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를 한 적이 없다. 지도자 경력도 고교와 초기 슈퍼리그 감독 1년여뿐이다.
일본의 회장들에 비해 이들의 축구 경력은 너무 초라하다. 선수, 감독 잘했다고 회장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일으킨 숱한 말썽을 보면 그런 변명은 통하기 어렵다.
■족벌체제가 일으킨 말썽들
정몽규 회장의 축구협회는 거센 비판과 반대에도 정 회장의 대학 후배 홍명보를 무리하게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했다. 결과는 예선 탈락. 홍 감독은 여러 가지 말실수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쌌다. 협회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사람 등 축구인 100명을 2023년 3월 전격 사면했다. 후폭풍이 거셌다. 정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부회장 등 집행부 대부분이 사퇴하는데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정 회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데려왔다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 컵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실력도 인성도 문제된 클린스만과 함께 정 회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클린스만 위약금도 정 회장 개인 돈으로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느닷없이 선수단 내부 문제가 영국에서 터지면서 일부 선수들만 여론의 도마 위에서 온갖 상처를 입었다. 한국축구의 명예도 크게 훼손됐다. 영국 사람들도 “쓰레기”라고 불리는 매체에 누가 흘린 것. 정 회장을 살리기 위해 선수를 희생양 삼은 악의적 흘리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사이 정 회장 사퇴론은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일들에 올림픽 출전 실패가 겹치니 국민들이 강하게 정 회장 사퇴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속사정을 취재하지 않고 기사를 쓴 기자의 무능이 일본인들의 경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인들은 대한축협도 일본처럼 국가대표 명선수 명감독 출신들이 회장을 이어가고 별 말썽 없이 협회를 이끄는 줄 알 것이다. 재벌 형제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장기집권 하는 줄 전혀 모를 것이다.
일본축협이라고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켄 회장은 월드컵을 유치해 놓고 한국에 공동개최를 양보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축구장에 ‘늑대소년 캔’이라는 글이 걸리고 관중들 야유를 받기도 했다. 독일 월드컵 예선 탈락 후 일부 관중들이 가와부찌 사부로 회장 퇴진 데모를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감독을 회장이 입맛대로 고르고 하는 등의 독단·전횡 등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왜 갈수록 경기력은 물론 제도 등에서 한일 축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두 나라 축구협회의 차이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협회가 바르게 가야 축구 실력도 는다는 것을 일본축구협회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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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회장이나 협회나 감독모두다 또같다 잘못했어도 아무런처벌없이 국가대표에 뽑히는데 잘데겠남요 법이없는 축구협회는 망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