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황선홍호가 침몰했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메달권까지 내심 노렸으나, 아시아 무대에서 미역국을 마시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긴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며 희망이 날아가 더 큰 충격을 안겨 줬다.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최근 아시아 축구는 상향평준화를 꽤 이뤘다. 한국, 일본, 이란, 호주가 여전히 톱 클래스로 분류되지만, 카타르와 요르단 등 중동 신흥 강호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중앙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팀들이 발전을 이뤄 눈에 띈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사령탑으로 앉은 동남아 팀들이 전력을 크게 끌어올려 관심을 모은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확실히 한 단계 성장시켰고,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과 말레이시아의 김판곤 감독도 대표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한국인 감독들의 탁월한 지도력을 동남아 선수들이 잘 흡수하면서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기억을 돌려 보면, 한국은 A대표팀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팀 경기에서 최근 동남아 팀들에 꽤 고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1-2로 졌다.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는 A대표팀이 말레이시아와 졸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3월에 홈에서 치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지역 2차예선 태국과 대결에서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그리고 26일 올림픽 대표팀이 신태용 감독이 견인하는 인도네시아와 2024 23세 이하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동남아시아 팀들에 고전하는 걸 그저 방심과 불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기 내용과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이 동남아 팀들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기 준비와 상대에 대한 분석, 그리고 컨디션 조율 등에서 모두 밀렸다. 개인 기량에서 앞서지만 팀 조직력에서 뒤지며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팀들은 한국 지도자들의 가르침 속에 세대교체를 이뤄내면서 시나브로 성장했다.
이제 더 집중하고 긴장해야 한다.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하던 일본 역시 아시아 무대를 쉽게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와 이란도 아시아 팀들과 대결에서 종종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축구 전체의 상향평준화 속에서 새로운 중동 강호와 중앙아시아 복병, 그리고 동남아시아 신진 세력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팀들은 매우 젊어서 더 큰 가능성을 엿본다. 이제 ‘동남아 축구’를 우습게 보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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