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한국 축구가 땜빵으로 쓰고 버린 감독. 지금 부메랑이 돼 돌아와 한국 축구의 치부를 찔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할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한다. 상위 3팀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노린다. 한국은 4강에서 탈락하며 올림픽 본선 출전 기회가 사라졌다. 한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초대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치욕이다. 대참사다. 이런 아픔을 선사한 이, 바로 한국 대표팀 감독 출신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신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땜빵으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가까스로 본선에 올려놨고, 본선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1승2패로 조별리그 탈락. 대한축구협회(KFA)는 가차 없이 신 감독을 버렸다.
이후 2019년 신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인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는 역할로 수락했다. 한국 축구에서 버림 받은 신 감독은 당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나에게 4년을 보장했다. 긴 시간이 보장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4년이 흘렀고, 신 감독은 정말 해냈다. 20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 축구 최초로 16강에 진출했고, U-23 아시안컵에도 최초로 8강에 올랐다. 그리고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올림픽 본선이 눈앞에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 최초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최초의 연속.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열풍으로 뜨겁다. 월드컵 예선 베트남전 경기장에서 인도네시아 팬이 ’삼성 미안해요, 한국 최고 수출품은 신태용’이라는 플래카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호주를 잡는 등 신태용 열풍이 뜨겁다고 했지만, 한국이 이에 발목이 잡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열풍과 기적이 닿지 않는 격차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오산이었다.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신 감독의 성과는 박수 받을 만하고, 위르겐 클린스만 사태 이후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축구는 반성해야 한다. 변해야 한다. 개혁해야 하고 혁신해야 한다. 신 감독이 한국 축구에 미안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는 그의 자리에서 그의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한국 축구에 미안한 건 KFA와 수뇌부, 황 감독이다.
신태용 열풍의 부메랑에 치부를 찔린 것, 어쩌면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던진 희망의 부메랑이 아니었을까. 이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반전할 수 있다면, 그 부메랑은 한국 축구에 정말 감사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황선홍 한국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인도네시아 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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