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의 올림픽 본선 연속 진출 역사가 황선홍호에서 마감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로 졌다.
전반부터 인도네시아에 선제 실점하며 끌려가기 시작한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자책골로 동점을 만들고도 바로 두 번째 실점을 하는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후반에는 이영준(김천 상무)의 퇴장까지 겹쳐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종료 9분 전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의 값진 동점골로 안도했다.
결국 2-2 스코어로 돌입한 연장전에서도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서 승부차기로 향했다. 여기서도 좀처럼 결정되지 않았다. 한 바퀴를 돌아 11번의 시도가 있었고, 10-11로 패해 준결승 티켓을 인도네시아에 넘겨줬다.
이로써 4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파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대회에는 3.5장의 올림픽 진출권이 걸려 있다. 1위부터 3위까지 파리행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 4위는 아프리카 4위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최소 4강에는 올라야 파리행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영광스런 기록이 멈췄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랑하는 한국 축구는 월드컵 못지않게 올림픽에서도 단골이었다. 19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본선을 밟았다.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번 파리행으로 연속 출전 기록을 10회로 늘리려 했지만 오히려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0년 만에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한국은 한 수 아래라던 인도네시아에 시종일관 끌려다녔다. 전반부터 후방에 5명을 두는 수비적인 접근을 하고도 인도네시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빌드업이 우왕좌왕하면서 공격 전개에 애를 먹자 기세가 오른 인도네시아의 맹공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은 전반 15분 인도네시아에 첫 실점을 했다. 그래도 이건 인도네시아의 혼혈 공격수 라파엘 스트라이크가 워낙 잘 찬 슈팅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인도네시아에 슈팅을 헌납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압도를 당했다. 전반이 끝나기 전 상대 자책골로 어렵게 1-1을 만들고도 곧바로 실점하는 집중력 저하를 보여줬다.
후반에도 황선홍 감독은 이렇다할 반전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 전반부터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를 펼치더니 후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부 전술의 부족함은 이번 대회 내내 드러냈던 약점이다. 조별리그에서 3승은 거뒀지만 아랍에미리트(UAE)전은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반복했고, 중국전을 상대 결정력이 부족해서 거둔 승리였다. 일본과의 최종전은 서로 로테이션으로 붙었던 경기였다.
결국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문제됐던 부분이 모두 터져나왔다. 수비는 불안했고, 중원은 공수 어디에도 활용하지 못했다. 공격도 전술이 단조롭다보니 답답함을 가중시켰다. 배준호를 비롯한 해외파들이 합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황선홍 감독이 오랜 기간 매만져왔던 연령대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올림픽 출전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황선홍 감독 개인적으로도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 생활 초창기인 포항 스틸러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포항을 떠나 FC서울에 부임하면서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서울을 지도하면서 결국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2019년에는 옌벤 푸더(중국) 감독을 맡았다가 해체되는 상황을 겪었다. 2020년 대전하나시티즌의 사령탑으로 국내에 복귀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진 사임했다.
하락세를 겪던 황선홍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맡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3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한국은 병역 이슈로 다른 참가국에 비해 힘을 주고 출전한다. 와일드카드도 적극 활용하면서 어쩌면 당연히 해내야 할 임무로 평가를 받았다.
황선홍 감독에게 진정한 시험대는 이번 대회였다. 해외파 차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내면 그동안의 평가를 달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번 대회 직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A대표팀의 소방수를 맡아 비교적 문제를 잘 진화했기에 기대가 따랐다.
하지만 U-23 아시안컵 준결승조차 밟지 못한 최악의 성적표에 황선홍 감독의 투잡은 무리수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받아들였던 독이 든 성배가 황선홍 감독의 숨통을 조이게 됐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만큼 황선홍 감독이 지도자로서 경력을 더 이어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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