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현대 야구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았던 투·타 겸업이 ‘성공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투수로는 에이스급 스터프를 선보이는 동시에, 야수로는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지녔고 또 실전에서 그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
오타니의 업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타니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제 오타니와 같은 대업을 꿈꾸는 선수들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투·타 겸업이 어렵다는 인식에서는 선수도 그 꿈을 꾸지 않고, 설사 꿈을 꾸는 선수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에만 집중하라’는 식의 주위 조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타니라는 롤모델이 생긴 이상 투·타 모두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타니가 총액 7억 달러 계약 대박을 치면서 이제 5~10년 뒤에는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도 그런 거대한 재능이 등장했다. ‘미국판 오타니’로 불리는 플로리다 대학 3학년 잭 캐글리아논(21)이 그 주인공이다. 플로리다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운동 능력을 자랑한 캐글리아논은 현재 미국 대학 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투·타 모두에서 걸출한 기량을 자랑하는 덕이 크다.
신장만 196㎝로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캐글리아논은 1루수 겸 투수다. 오타니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오타니는 주로 외야수에 우완이라면, 캐글리아논은 1루수에 좌완이다. 다만 유사한 구석이 있다. 캐글리아논도 시속 100마일(161㎞)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그리고 오타니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파워로 무장한 홈런 타자 유형이다.
캐글리아논은 17일(한국시간) 잭슨빌 대학과 경기에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투런포를 쳐 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홈런의 비거리는 무려 516피트(약 157미터)로 전광판까지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투·타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캐글리아논은 지난해 대학 리그에서 33개의 홈런을 쳤고, 올해도 최근까지 7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21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미국 대학 야구 기록은 8경기다.
투수로도 올 시즌 8경기에 나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3.89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다듬을 것은 많지만 좌완으로 100마일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재능이다. 커맨드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더 좋아진다면 충분히 선발로도 던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올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최상위권 픽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미 토미존 수술도 한 차례 했다는 점 또한 고려 대상이다.
올해 드래프트된다면 마이너리그에서 1~2년 정도는 담금질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전보다 유망주들의 메이저리그 콜업 시기가 빨라지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타니가 뿌린 씨앗이, 오타니 이상이 괴물의 등장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의 어린 선수들이 오타니를 롤모델로 하며 자랄 것이기 때문에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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