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1군 복귀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라모스는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6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면서 19-8 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두산은 장단 22안타를 몰아친 화력에 힘입어 3연패에서 벗어나면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초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라모스는 개막하고 11경기에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 8타점, OPS 0.502로 부진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타석에서 결과가 안 좋기도 했지만, 타석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라모스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연습 경기에 출전하면서 빨리 타격감을 되찾고자 했다. 두산은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주라는 충분한 시간을 준 뒤에 불러올렸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에 앞서 “(라모스의 연습 경기) 결과는 소소(so so)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를 한번 바꿀 겸 1군에 등록했다. 라모스한테 통역을 통해서 의견도 물어봤다. 이제 딱 2주가 됐는데, 올 타이밍이 됐다고 판단했고 라모스도 괜찮다고 해서 올렸다. 외국인이 라인업에서 한 명인데 너무 오래 시간을 빼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해 (김)대한이랑 바꿨다. 대한이는 조금 자신감도 잃었고, 경기를 많이 나갔는데 결과가 나지 않다 보니까 한번 변화는 필요할 것 같았다. 2군에 가서 한번 정립할 시간도 가져야 해서 자연스럽게 교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라모스의 2군 재정비 과정과 관련해서는 “라모스가 2군에 가서 경기를 많이 뛰었다. 대학팀과 할 때는 한 경기에 10번도 들어갔다. 매 이닝 타석에 들어서면서 많이 나갔고, 그러면서 본인이 머리가 조금 복잡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경기를 줄이면서 연습을 조금 많이 했고, 마지막에 또 소프트뱅크와 교류전에 많이 나갔다”고 했다.
라모스에게 바라는 것은 외국인 타자다운 자신감 있는 타격이다. 이 감독은 “작년에 트리플A(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좋았던 모습을 보고 싶다. 일단 범타가 되고 안 되는 것을 떠나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했으면 한다. 결과는 2번째 문제다. 2군 내려가기 직전 마지막 경기 때는 사실 굉장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스윙을 했다. 조금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라모스는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팀 소속으로 76경기, 타율 0.318(280타수 89안타), 13홈런, 55타점, OPS 0.954로 좋은 타격을 펼쳤다.
라모스는 1-4로 뒤진 2회말 첫 타석부터 안타를 생산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사 후 강승호가 좌월 솔로포를 친 가운데 라모스가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갔다. 라모스는 이어진 1사 2, 3루에서 김기연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날 때 득점해 2-4로 좁혔다. 3-5로 끌려가던 3회말 2사 3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오른쪽 적시 2루타를 날려 4-5로 좁혔다.
두산은 4회말에만 대거 9점을 뽑으면서 한 이닝 선발 전원 득점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KBO 역대 17번째, 구단 역대 4번째 기록이었다. 라모스는 4-6에서 8-6으로 뒤집고 맞이한 1사 2, 3루 3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오른쪽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타선에 불을 붙였다. 라모스는 8회말 두산이 5득점 빅이닝을 한번 더 만들 때도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면서 4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복귀전에서 수훈선수가 된 라모스는 “내가 팀에 온 건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임무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인데, 오늘(19일) 같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고 결과도 좋아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 직후 2군 생활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면 야구 선수로서 다른 직장인과 별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직장에서 지금 1군에서 일을 잘 못하고 있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분석을 하고 그것을 고쳐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2군에 내려갔다. 2군에서 조인성 코치께서 나를 전담으로 맡으셔서 영상 분석도 하고, 또 훈련법도 여러 가지 제시하시면서 많이 노력을 했다. 타격 폼 수정에 집중을 했는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좋은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라모스의 1군 복귀 전에는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했다. 라모스의 어머니와 아내, 자녀 3명은 지난 14일 한국에 입국했다. 타지에서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라모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라모스가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합류 일정을 미루면서 기다렸던 막내딸도 미국에서 먼 길을 함께 왔고, 이날 라모스 가족 모두가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라모스는 “어떻게 보면 가족이 매우 보고 싶어서 힘들었다. 한국에서 나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미국에 있는 가족도 생각해서 조금 솔직히 마음이 힘들었다. 가족이 이제 한국에 와서 나는 이제 100%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경기만 오직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매우 심적으로 안정적이고 지금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승리해서 좋은 시즌을 보내는 게 지금 내 유일한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아직 완벽히 부활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라모스는 희망을 봤다. 그는 “어떻게 보면 오늘 내 타구 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이 경기에 승리한 게 먼저다. 타구의 질보다는 내가 타석에서 자신감을 조금 더 회복하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직은 내가 놓치면 안 되는 공들을 지금 놓치고 있어서 솔직히 조금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조금 더 완벽한 타자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라모스의 플레이를 만족스럽게 지켜봤다. 이 감독은 “타선이 4회 집중력을 보여주며 빅 이닝을 만든 덕에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특히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강승호가 오늘(19일)도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최근 공수에서 활약 중인 전민재도 칭찬하고 싶다. 1군 복귀전을 치른 라모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흐름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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