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상위 2위의 유격수”
과거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미국 ‘디 애슬레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짐 보우덴은 18일(이하 한국시각) 2024-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의 랭킹을 선정했다. 김하성은 내야수들 가운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시즌에 앞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36억원)의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의 데뷔 첫 시즌은 아쉬움이 컸다.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볼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117경기에 출전해 54안타 8홈런 34타점 6도루 타율 0.202 OPS 0.622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하서의 적응력은 분명 남달랐다.
2021시즌이 종료된 후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에 이어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되면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게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 선택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김하성은 2022년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로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KBO리그에서는 수비보다는 공격력이 돋보였던 김하성이라며, 빅리그에서는 달랐다. 김하성은 연일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며,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최종 수상까지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김하성이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샌디에이고가 FA 시장에서 11년 2억 9000만 달러(약 398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세 명의 주전급 유격수를 보유하게 되자, 김하성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2022-2023년 겨울 내내 김하성은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교통정리’를 통해 세 명의 자원을 모두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김하성 또한 2023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리고 2루수로 부담을 덜어낸 덕분일까. 김하성은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김하성은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7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펄펄 날았다. 시즌 막바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다시 한번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에는 유틸리티 문에서 황금장갑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 메이저리거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김하성이 역대 최초였다.
이같은 활약 덕분에 김하성은 이번 겨울에도 수많은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특히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김하성이 무려 17개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 배경에는 김하성이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A 자격을 손에 넣는 것은 물론 샌디에이고가 그동안 무리한 지출을 해왔던 탓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모두 적용된 인기였다. 그나 김하성은 올해도 샌디에이고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부터 유격수로 복귀한 김하성은 지난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골드글러버에게 주어지는 ‘롤링스’사의 글러브를 사용했던 탓에 수비에서 잦은 실책이 나왔지만, 다시 기존에 사용하던 글러브로 돌아간 이후 수비를 비롯해 공격에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이다. 공격에서는 지난 10일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이 끝났을 때 타율이 0.196으로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직후 경기부터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3일 LA 다저스전에서는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최고 몸값으 자랑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시즌 2호 홈런을 쏘아올렸고, 17일에는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의 좌측 파울 폴대를 직격하는 3호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날에는 ‘눈야구’를 바탕으로 잦은 출루를 선보이는 등 올해 21경기에서 17안타 3홈런 타율 0.227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낮은 편이지만, 총 8개의 장타를 바탕으로 OPS는 0.777로 매우 좋다.
최근 ‘MLBTR’은 2024-2025년 FA 선수들의 파워랭킹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김하성을 9위로 평가하면서 1억 달러(약 1376억원) 이상의 계약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과거 워싱턴에서 단장을 역임했던 짐 보우덴은 김하성을 내야수 랭킹 5위로 뽑았다. 보우덴은 “김하성은 지난해 23개의 2루타, 17개의 홈런, 38도루를 기록하면서 .260/.351./398의 성적을 남겼다. 그는 올해 2루루에서 유격수로 이동하면서 골드글러브 후보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하성의 계약은 4+1년 계약으로 올 시즌이 끝났을 때 자신과 구단이 모두 동의를 할 경우 +1년의 옵션이 실행된다. 이렇게 될 경우 김하성의 2025시즌 급여(연봉+바이아웃)는 900만 달러(약 124억원). 하지만 김하성이 이를 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덴의 생각도 마찬가지.
보우덴은 “김하성에게 200만 달러의 바이아웃과 함께 2025년 700만 달러의 뮤추얼 옵션이 걸려있다. 김하성은 옵션을 거절하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윌리 아다메스와 함께 상위 2위의 유격수로서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이 끝난 뒤 김하성이 어떠한 평가를 받게될지는 미지수지만, 유격수 상위 2위에 포함된다는 수식어 하나 만으로도 결코 적지 않은 계약을 품에 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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