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에릭 다이어(30, 바이에른 뮌헨)가 확실히 달라졌다. 단점을 부각시킬 상대를 만나고도 철벽을 과시했다.
다이어는 1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모두 뛰었다. 앞서 1차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던 다이어는 아스널을 상대로 1분도 쉬지 않았다.
당초 바이에른 뮌헨의 8강 상대로 아스널이 결정됐을 때 다이어가 약점으로 꼽혔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부터 아스널을 자주 상대했던 다이어는 그때마다 스피드에 약점을 보여왔다. 아스널이 개인의 속도는 물론 전개 과정에서도 페이스가 남다른 팀이라 경합을 회피하고 스피드가 느린 다이어가 공력 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1~2차전을 모두 뛴 다이어는 세간의 평가와 정반대였다. 공수 어느하나 흔들림이 없었다. 아스널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한 2차전 지표를 보더라도 지상 경합 승리 4회, 공중볼 경합 승리 2회, 클리어링 2회, 인터셉트 3회, 태클 4회 등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장점인 빌드업에서도 92%의 높은 패스 성공률(71/77)을 과시했다.
다이어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후스코어드닷컴’은 7.5점의 높은 평점을 줬고, ‘소파스코어’도 7.4점이었다. 센터백 파트너였던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두 매체 모두 6점대 평점을 받았던 걸 보면 다이어가 수비 진영의 버팀목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 언론의 눈도 사로잡았다.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 출신의 다이어와 해리 케인이 주축을 이뤄 아스널을 탈락시켰다는 걸 주목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케인이다. 케인은 토트넘 시절부터 아스널의 오랜 숙적이었다”며 “그러나 아스널 탈락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케인이 아닌 다이어”라고 칭찬했다.
수비 리더로 움직인 다이어라서 흥미로운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후반 31분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대신해 들어간 김민재를 향해 위치를 조정해주는 게 포착됐다. 아스널의 프리킥을 수비하기 위해 상황을 살피던 다이어는 김민재가 조금 떨어져있다고 생각했는지 손짓을 하며 자신에게 붙으라고 지시했다.
다이어의 자신감과 요즘 팀내 입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이어는 지난 겨울 임대 신분으로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토트넘에서는 전력외로 분류됐기에 큰 어려움 없이 영입 가능했다. 데려올 때부터 주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김민재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백업 센터백이 유력했는데 지금은 1순위 주전이 됐다.
결과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호흡을 맞춘 뒤 바이에른 뮌헨은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 이는 아스널과 8강을 앞두고 김민재보다 다이어를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독일 언론의 주장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스폭스’는 “후반기 김민재가 뛴 5경기에서 1무 4패에 머물렀다. 반대로 김민재가 없던 10경기에서는 8경기를 이겼다. 아스널전에서는 다이어와 더 리흐트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르트1’ 역시 “다이어와 더 리흐트 듀오가 함께 뛴 7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복귀하는 아스널전은 더 안정적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금은 승수가 더 늘었다. FC 쾰른과 아스널전도 이기면서 다이어가 출전한 경기에서 무려 8승을 챙기고 있다. 더는 다이어를 의심하기 어려워졌다.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으면서 “전성기가 올 것”이라고 했던 다이어의 포부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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