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이 100승 도전에 실패했다. 패전을 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류현진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8구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8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승패 없이 물러났다.
류현진은 직구(31개)와 체인지업(31개)의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평소보다 커터(23개)를 많이 활용했다. 지난 경기 때 재미를 봤던 커브(13개)는 조금 줄여 볼 배합을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고, 98구 가운데 볼이 29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력은 빼어났다.
괴물도 ‘꿈’이라 언급한 100승에 도전했다. 류현진은 지난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금의환향했는데, 개막 3경기 성적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2패만 떠안으면서 14이닝, 평균자책점 8.36에 그쳤다. 류현진은 좌정하지 않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제구가 계속 흔들렸던 체인지업을 교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지난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0 완승을 이끌며 한국 복귀 첫 승이자 개인 통산 99승째를 챙겼다.
류현진은 99승으로 100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 뒤 “경기마다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11일)처럼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임무를 다 하면 100승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1회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항상 똑같이 준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NC와 류현진은 서로 초면이었다. 류현진은 2012년 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는데, NC는 2013년 신생 구단으로 처음 1군에 진입했다. NC가 지금은 2020년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 전력을 갖춘 탄탄한 팀으로 성장했지만, 류현진에게는 미지의 팀이다. 류현진은 창원NC파크 마운드도 처음 밟아보는 터라 16일 직접 마운드에 올라 잠시 감각을 익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NC는 최정예 라인업으로 류현진에게 맞섰다. 박민우(2루수)-서호철(3루수)-손아섭(지명타자)-권희동(좌익수)-박건우(우익수)-김성욱(중견수)-김형준(포수)-오영수(1루수)-김주원(유격수)이 선발 출전했다. 선발투수는 신민혁이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전력분석하고 타격 파트, 선수들이 다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우리 라인업에서는 류현진을 상대한 선수가 손아섭만 있는 것 같다. 나머지들은 한 번도 타석에서 상대를 안 해봤기 때문에 아예 인식을 안 하고 들어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류현진이) 고등학교 때 던지는 모습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고등학생인데도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들이 정말 좋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신인으로 들어와서도 아마추어 때 던지던 모습과 흡사하게, 또 신인 선수인데도 긴장감도 그렇게 높지도 않고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나중에 좀 훌륭한 선수, 그래도 KBO리그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선수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의 예상대로 KBO리그를 장악하고 메이저리그까지 누비고 돌아온 류현진은 이날 순조롭게 100승을 향해 나아갔다. 류현진은 1회말 박민우-서호철-손아섭으로 이어지는 NC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선두타자 박민우는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서호철은 6구까지 볼카운트 2-2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7구째 체인지업을 선택해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손아섭은 처음 커브 1개를 던져 볼카운트 1-1이 되자 3, 4구째 직구를 바깥쪽으로 던져 모두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손아섭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말도 마찬가지로 삼자범퇴였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권희동에게 볼카운트 2-0로 밀렸지만, 3구째 체인지업으로 투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박건우에게도 처음에는 볼 2개를 던지며 불리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했지만, 직구 2개를 던져 볼카운트 2-2 균형을 맞춘 뒤 5구째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김성욱 역시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해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한화 타선은 3회초 류현진에게 선취점을 뽑았다. 2사 후 최인호가 평범한 뜬공으로 물러나나 싶었는데, 좌익수와 중견수, 유격수까지 동시에 타구를 잃어버리면서 3명 사이에 뚝 떨어졌다. 그사이 최인호는 2루까지 들어가 2루타를 완성했다. 이어 페라자가 우전 적시타를 날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류현진은 3회말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초구 직구가 가운데 실투가 되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다. 선두타자를 내보낸 류현진은 더 집중했다. 오영수를 루킹 삼진, 김주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2아웃을 잡은 뒤 박민우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끝까지 김형준을 1루에 묶어뒀다.
한화는 4회초 추가점을 뽑으면서 류현진의 어깨를 더더욱 가볍게 했다. 선두타자 김태연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2사 2루에서 문현빈이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 2-0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4회말 김성욱에게 일격을 당했다. 선두타자 서호철을 우중간 안타로 내보내고, 1사 2루에서는 권희동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주자가 쌓인 상황이었다.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2사 1, 2루까지 버텼는데, 김성욱에게 좌중월 3점포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2-3으로 뒤집혔다. 김성욱의 초구 타구가 파울이 됐을 때 1루수 안치홍이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나 싶었는데, 달려들어오던 2루수 문현빈과 겹치면서 타구를 놓친 게 결국 큰 한 방까지 이어졌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높게 들어간 커터가 김성욱의 방망이에 걸렸다. 김성욱의 시즌 6호포이자 류현진의 국내 복귀 후 첫 피홈런이었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김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일단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류현진은 홈런을 허용한 뒤로 다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와 6회 연달아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타선이 반격해 주길 기다렸다. 한화는 6회초 공격 때 1사 후 최재훈의 안타와 황영묵의 2루타를 묶어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NC는 신민혁에서 김재열로 마운드를 교체하면서 진화에 나섰는데, 문현빈과 이진영이 각각 좌익수 뜬공과 3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절호의 역전 기회를 놓쳤다.
류현진은 7회말에도 마운드에 섰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앞서 홈런을 허용했던 김성욱을 투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결정구는 역시나 체인지업이었다. 2사 후 마지막 타자 김형준까지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이날 임무를 모두 마쳤다.
한화가 8회초 3-3 균형을 맞추면서 류현진은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1사 후 김태연이 안타로 출루한 뒤 최재훈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2사 2루가 됐다. 이어 황영묵이 중전 적시타를 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달아나는 점수를 더 뽑지 못하면서 류현진의 100승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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