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초반 고전하는 듯했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의 방망이였지만, 사실 뜯어 놓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성적이다. 단순히 낮은 타율만 보고 현재 김하성의 공격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틀 동안 무려 7번이나 출루하며 출루율을 크게 끌어올렸고, 장타 감도 좋다.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전선도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김하성은 16일(한국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경기에 선발 6번 유격수로 출전, 3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전날(15일) LA 다저스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 네 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대활약했던 김하성은 이날도 세 차례 출루하며 출루율을 끌어올렸다. 14일까지 김하성의 출루율은 0.282였으나 15일에는 0.316이 됐고, 이날로 0.333까지 올라왔다. 시즌 타율도 종전 0.215에서 0.221로 소폭 상승했다.
전날 다저스와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샌디에이고는 이날도 정예 멤버가 모두 나서며 연승 및 5할 초과 승률에 도전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주릭슨 프로파(좌익수)-김하성(유격수)-잭슨 메릴(중견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아직 수비에 나서지 못하는 매니 마차도 대신 나서는 3루수만 매일 바뀌는 양상이다. 선발은 조 머스그로브로 시즌 2승째에 도전했다.
경기 초반은 밀워키의 흐름이었다. 밀워키는 1회 잭슨 츄리오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에 성공했고, 1사 후 윌리 아다메스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가볍게 1점을 뽑았다. 김하성은 0-1로 뒤진 2회 첫 타석에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 상대 선발 로스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며 깔끔하게 경기를 출발했다. 이번에도 2S를 먼저 허용했으나 3구째 볼을 고른 뒤 4구째 슬라이더를 잘 받아쳐 안타를 쳐 냈다. 샌디에이고는 2사 1루에서 잭슨 메릴이 안타로 뒤를 받쳐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으나 루이스 캄푸사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서며 추격 기회를 놓쳤다.
그러자 밀워키는 1-0으로 앞선 2회 1사 후 블레이크 파킨스의 안타에 이어 2사 후 잭슨 츄리오가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상 후보 중 하나인 츄리오의 시즌 3호 홈런이었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좀처럼 추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3회도 삼자범퇴 이닝이었다.
하지만 선발 조 머스그로브가 3회부터 버티기 시작한 사이 샌디에이고의 추격전도 시작됐다. 3회 위기를 넘긴 샌디에이고는 0-3으로 뒤진 4회 선두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볼넷을 고랐고 매니 마차도가 안타로 뒤를 받쳐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주릭슨 프로파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김하성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크로넨워스가 홈을 밟아 1점을 추격했다. 김하성이 전력 질주로 병살을 막아준 덕에 점수도 올라가고 김하성도 타점 하나를 기록할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1-3으로 뒤진 5회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최근 빅이닝을 만들어내는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샌디에이고 타선이 이번에도 터졌다. 선두 루이스 캄푸사노가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쳐 활로를 열었고, 타일러 웨이드가 우전 안타를 쳐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잰더 보가츠의 중전 안타로 베이스를 가득 채웠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2루 땅볼 때 1점을 만회했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포수 패스트볼로 동점을 만든 샌디에이고는 3-3으로 맞선 1사 3루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포수 수비 방해로 1루로 진루해 다시 주자가 양 코너에 위치했다. 여기서 매니 마차도의 적시타가 터져 나와 4-3으로 역전했고, 2사 후 김하성이 볼넷을 골라 베이스를 꽉 채웠다. 김하성은 풀카운트에서 상대 피치클락 위반으로 볼넷 출루하며 이날 두 차례 출루를 완성했다.
여기서 잭슨 메릴이 두 명의 주자를 불러 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쳐 6-3으로 달아났고, 루이스 캄푸사노의 적시타 때 김하성까지 홈을 밟으며 4점차 리드를 잡았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안정적인 마운드를 바탕으로 밀워키의 추격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머스그로브가 6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냈고, 데 로스 산토스, 콜렉이 차례로 등판해 2⅔이닝을 책임졌다. 9회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자 마무리 로베르트 수아레스가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잡고 시즌 6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하성은 더 안타를 치지는 못했으나 볼넷 하나를 더 골라냈다.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비에이라를 상대로 8구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볼넷을 골랐다. 비에이라가 몸쪽 패스트볼로 김하성의 방망이를 유도했지만 파울을 치며 버텼고, 8구째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면서 볼넷을 고를 수 있었다.
김하성은 이날까지 타율은 0.221로 사실 높은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경력 최고치였던 지난해 0.260보다는 떨어지고, 자신이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인 0.244보다도 떨어진다. 하지만 14개의 삼진을 당하는 사이 무려 12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특유의 눈야구로 힘을 내고 있다. 출루율은 0.333으로 타율보다 1할 이상 높고, 여기에 15개의 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7개가 장타라 장타율은 0.412로 높은 편이다.
이런 김하성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745로 경력 최고였다는 지난해(.749)와 거의 유사하다. 장타율이 높아진 덕이다. 현재 김하성의 조정 OPS는 110으로, 비교군 평균 대비 10%가 높다. 김하성의 2022년 조정 OPS는 105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한결 더 높은 109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110을 기록하며 개인 최고 기록을 다시 쓸 기세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김하성은 이미 유격수 최대어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잰더 보가츠와 자리를 바꿔 유격수로 투입한 샌디에이고의 결단 또한 김하성에게는 도움이 된다. 유격수 자리에서 조정 OPS 110을 기록하는 것과, 2루수 자리에서 110을 기록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수비력에서는 정상급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김하성이기에 공격 생산력만 이 정도 수준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총액 1억 달러 이상은 무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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