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1위가 아니었어도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았는데 이제는 경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시선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 리버풀로 좁혀졌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구도가 결국 1강으로 마무리되는 조짐이다.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펼쳐진 33라운드가 삼파전이던 우승 레이스에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아스널과 리버풀이 자멸한 반면 맨체스터 시티 혼자 웃어 희비가 확실하게 갈렸다.
매 경기 결승전인 지금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맨체스터 시티는 흔들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33라운드를 펼친 맨체스터 시티는 루턴 타운과의 홈경기에서 5-1로 가뿐하게 이겼다. 킥오프 2분 만에 상대 자책골로 승기를 잡은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들어 특유의 폭발력을 발휘해 대승을 거뒀다.
결정력은 걱정할 대목이 아니었다. 후반에 뽑아낸 4골 모두 각기 다른 선수들이 책임졌다. 마테오 코바시치를 시작으로 페널티킥을 넣은 엘링 홀란드, 제레미 도쿠가 골망을 흔들었다. 도쿠의 득점을 도왔던 요슈코 그바르디올까지 종료 직전 골로 방점을 찍었다.
루턴 타운을 잡은 맨체스터 시티는 22승 7무 3패 승점 73점을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때만 해도 불안정한 1위였다. 아직 아스널과 리버풀(이상 승점 71점)의 경기가 남아있었고, 두 팀 모두 홈경기를 앞두고 있어 이길 확률이 보다 높았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리버풀이 안필드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에 0-1로 졌다. 전반 14분 허용한 결승골을 끝까지 뒤집지 못했다. 리버풀은 볼 점유율을 70%까지 가져가며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는데 크리스탈 팰리스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리버풀이 갑자기 흔들리고 있다. 앞서 아탈란타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던 리버풀이다. 그것도 안필드에서 0-3으로 무릎을 꿇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크리스탈 팰리스에도 무너지면서 홈 2연패 수렁에 빠졌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모두 우승에 빨간불이 켜지자 위르겐 클롭 감독은 “컵 대회에서 패배는 재앙 같았다. 그렇게 잘했는데 졌기 때문”이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우리가 겪은 문제는 오늘과 완전히 달랐다. 오늘은 너무 쉽게 골을 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스널까지 발목이 잡혔다. 아스널도 안방으로 아스톤 빌라를 불렀는데 0-2로 패했다. 후반 막바지까지 영의 균형을 깨지 못했던 아스널은 공격에 힘을 주다 후반 38분과 42분 연달아 실점했다. 상대 크로스에 레온 베일리를 놓치면서 선제 실점한 아스널은 라인을 끌어올렸다가 끊긴 뒤 올리 왓킨스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했다.
승점 71점에 머문 미켈 아르텐타 감독은 “전반은 최고였지만 후반에 흐름이 달라졌다. 공을 특정 지역으로 보내는 데 애를 먹었다. 형편 없는 골을 내줬고, 끝내 고통스러운 패배를 당했다”며 “이제 패배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칭찬해야 한다. 우리는 96~98분까지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에게 달린 부분이다. 개선해야 한다”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리버풀과 아스널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막바지 다시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했다. 시즌 종료까지 아직 5경기나 남아있지만 우승 경쟁이 익숙한 맨체스터 시티라 지금의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이겨내는 게 장점이다. 2020-21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어 이번까지 우승하면 초유의 4연패를 달성한다. 사실상 프리미어리그를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하는 리그로 만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도 33라운드가 끝나기 무섭게 우승 확률을 조정했고, 맨체스터 시티가 70.1%로 나타났다. 지난 라운드에도 여전히 1위 확률을 보여줬으나 40.6%였다. 단 한 경기 만에 30% 가까이 뛰어올라 우승을 당연하게 여길 만한 페이스를 조성했다.
반대로 30% 안팎이던 아스널과 리버풀은 각각 18.3%, 11.7%로 낮아졌다. 슈퍼컴퓨터는 이번 시즌 우승 경쟁도 더 이상 삼파전으로 보지 않고, 맨체스터 시티의 잔치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는 토트넘 홋스퍼에도 영향을 준다. 토트넘이 33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대패를 당하면서 어렵게 재합류한 빅4에서 다시 밀렸다. 동시에 아스톤 빌라가 아스널까지 잡으면서 현재 4위 빌라와 5위 토트넘의 승점 차이가 다시 3점으로 벌어졌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린 4위에 오를 확률도 대폭 낮아졌다. 옵타는 아스톤 빌라가 최종 4위를 할 확률로 69.4%로 계산했다. 반면 토트넘은 29.9%에 불과해 유일했던 4위 수성 기회를 놓친 것으로 봤다. 토트넘은 앞으로 아스널, 첼시, 리버풀과 죽음의 3연전을 펼친다. 옵타의 확률 계산을 수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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