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에릭 다이어가 토트넘 홋스퍼 시절 오랜 라이벌이었던 아스날과 다시 맞선 소감을 이야기했다.
다이어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널과 8강 1차전이 끝나고 독일 키커와 만나 “(아스날 팬들의) 야유를 즐겼다”고 밝혔다.
아스날 팬들은 토트넘 출신인 다이어와 해리 케인을 향해 경기 내내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다이어는 “(야유는) 축구의 일부다. 축구의 아름다움이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 다시 알리안츠 아레나로 가서 팬들의 응원을 받겠다”고 말했다.
다이어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토트넘에서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쫓기듯 떠났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우선 영입 순위는 아니었다. 라드 드라구신을 토트넘에 빼앗기자 ‘꿩 대신 닭’으로 다이어를 데려왔다.
다이어는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있기 때문에 다이어는 4옵션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투헬 감독이 다이어를 적극 기용했다. 급기야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밀어내고 더 리흐트와 짝을 이뤄 후반기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토트넘에서 주요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한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이 된 것이다.
투헬 감독에게 기회를 받자 바이에른 뮌헨 연장 옵션까지 발동됐다. 연장 옵션 조건이 성립되면서 2025년 6월 30일까지 한 시즌 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독일 ‘T-온라인’은 “다이어는 올해 겨울 토트넘에서 왔지만 단연 바이에른 뮌헨 최고의 선수다. 라히프치히전에선 필드를 가로지르는 롱 패스로 해리 케인 득점을 돕기도 했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조합이 승리를 부르고 있다. 둘 사이의 호흡도 매우 좋다. 다른 수비 포지션 선수들과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굳이 이들을 선발에서 내칠 이유가 없다”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발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잘나가는 조합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며 다이어를 중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이어도 바이에른 뮌헨 생활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달 키커와 인터뷰에서 독일어를 배우느라 바쁘다며 “매일 레슨을 받고 있다.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영어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도 할 수 있다’며 “독일어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난 노력하고 있다. 아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독일어와) 비슷한 아프리칸스어를 구사한다. 나를 위해 (독일어를) 번역해 준다”고 했다.
또 “내 개인적인 상황과 팀 상황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한다”며 “나는 이 클럽에 있는 것이 좋다. 이 클럽의 가치와 문화, 철학에 완전이 동의한다. 나는 여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뮌헨은 런던보다 훨씬 조용하고, 교통도 나쁘지 않다. 나는 도시보다는 시골에 있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다. 뮌헨 주변에는 이미 방문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소들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경기에서 다이어가 최후방을 지킨 바이에른 뮌헨은 아스날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원정 경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다이어는 최대한 지상 경합을 피했다. 그나마 한 차례 경합은 공중볼 싸움이었다. 대신 볼 소유권을 16차례나 헌납해 기록상으로는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점이라던 빌드업도 아쉬웠다. 실제로 아스널의 전방 압박에 허둥대다가 시도한 패스들이 자주 바깥으로 나갔다. 기록에서도 패스 성공률이 77%(47/61)에 불과했다. 김민재와 다른 장점이라고 평하던 롱패스도 14번 시도해 6번만 성공시켰다.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은 다이어에게 화살을 보낸다. 소파스코어는 6.4점으로 낮게 평했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풋몹’도 6.3점으로 필드 플레이어 중 최하 평점을 부여했다.
다이어의 불안함이 엿보이지만 정작 언론들의 평은 후하다. 늘 다이어에게 호평하는 독일 언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TZ’는 “다이어에게 쉬운 원정이 아니었다. 공을 만질 때마다 야유가 쏟아질 정도였다”며 “그래도 다이어는 어떠한 약점도 보여주지 않았다. 차분하게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다 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다이어는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는 점은 실망스럽지만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 계획을 잘 실행했다. 우린 기회를 만들었고 득점을 올렸고 수비도 잘했다. 지금은 0-0 같다. 우린 오늘 우리가 보여준 것, 헌신, 우리 사이 동료애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우리 선수들의 자질에 대해선 의심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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