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가 사우디아라비아 무대 진출 이후 첫 퇴장을 당했다.
호날두는 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킹덤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사우디 슈퍼컵 알 힐랄과의 준결승에서 상대 선수를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호날두가 상대 신경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41분 폭력적인 행위가 발각되면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호날두는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꺼낸 주심의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달려들어 때리려는 시늉까지 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문제의 상황은 사이드 라인에서 벌어졌다. 만회골이 다급한 시점이라 볼이 나가자 호날두가 빠르게 공을 주웠다. 스로인을 하려는 찰나 알 힐랄의 수비수 알리 알 불라이히가 호날두 앞을 가로막았다. 방해 행동에 순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호날두는 알 불라이히를 밀쳤다. 한번에 밀리지 않자 팔꿈치로 알 불라이히의 가슴팍을 가격하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줬다.
상대 심리를 잘 자극하는 알 불라이히에게 말렸다. 알 불라이히는 상대 선수에게 상습적으로 시비를 붙는 수비수다. 우리에게도 얼굴이 익숙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서 만났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 수비수다.
인상이 좋지 못한 건 알 불라이히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에게 함부로 신체 접촉을 했었기 때문. 당시 알 불라이히는 코너킥을 준비하며 문전에서 자리를 잡는 황희찬의 목을 부여잡았다. 숨통을 조이려는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황희찬은 주심에게 알 불라이히의 나쁜 손을 어필했다. 중계 카메라도 느린 장면으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알 불라이히를 반복 재생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 실은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일은 또 있었다. 경기 도중에도 손흥민의 머리카락을 쥐고 당기는 기행을 펼쳤다. 인성 좋은 손흥민이 참고 넘어갔지만 알 불라이히는 클린스만호 공격수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더티 플레이로 일관했다. 두 행동 모두 경고는 물론 상황에 따라 퇴장도 가능해 보였지만 주심은 카드 하나 없이 16강전을 마쳤다.
제 버릇을 못 고쳤다. 알 불라이히는 과거에도 과격한 태도로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특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리오넬 메시에게 도발성 멘트를 해 전세계에 화제가 됐다. 당시 알 불라이히는 메시를 툭툭 치며 ‘너희들은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자극했다. 그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에 2-1로 이기면서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포장됐다.
알 불라이히는 이런 행동을 자랑스러워한다. 알 나스르전 퇴장 이후 개인 채널에 호날두와 찍힌 투샷을 올리면서 “이런 종류의 도전을 선호한다”라고 으시댔다. 그런데 손흥민과 황희찬에게도 불필요한 행동을 하자 안 좋았던 전적까지 조명되기 시작했다.
축구 콘텐츠 채널 ‘트롤 풋볼’은 알 불라이히가 대한민국전을 비롯해 메시, 호날두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진을 한장에 모아 “아마도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알 불라이히는 그전에도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와도 충돌하는 등 에이스 담당 싸움닭을 자처하고 있다.
불필요한 행동을 잡아주지 않는 심판들을 만나면서 몇 차례 통하자 알 불라이히는 악명 높은 시비꾼으로 전락했다. 에이스다 싶으면 시비걸기 바빴고, 결국 호날두가 알 불라이히의 덫에 걸렸다. 물론 호날두도 베테랑임에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상대를 가격하는 행동은 백번 퇴장을 당해도 할 말 없는 잘못된 행동이다.
호날두는 이 퇴장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이후 처음 레드카드를 받았다. 호날두가 나가면서 수적 열세에 놓인 알 나스르는 결국 알 힐랄에 1-2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호날두는 전반 추가시간 팀 동료가 넣은 선제골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임에도 공격에 관여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탓에 득점 취소에 연관이 됐다. 호날두의 잘못으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알 나스르는 후반 알 힐랄에 연달아 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여기에 호날두까지 상대 가격으로 퇴장당하면서 힘을 잃으면서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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