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도 화가 났다. 그 모든 것에 본능적으로 화가 났다.”
조 매든 전 LA 에인절스 감독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통역으로 인연을 맺었던 미즈하라 잇페이를 향한 분노와 배신감을 표현했다. 매든 전 감독은 2020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에인절스 지휘봉을 잡으면서 오타니, 그리고 그의 통역인 미즈하라와 가깝게 지냈다. 오타니와 대화를 나누려면 무조건 미즈하라를 거쳐야 했기에 미즈하라와도 가깝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매든 전 감독은 그래서 지난달 21일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으며,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계좌가 활용됐다. 수사 당국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 있고,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를 해고했다’는 미국 언론의 최초 보도가 나왔을 때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매든 전 감독은 3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사건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읽고, 들었을 때 그 모든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헤아릴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모든 사실에 본능적으로 화가 났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타니만큼은 아니더라도 매든 전 감독 역시 미즈하라와 친한 사이였기에 배신감이 들었다고. 디애슬레틱은 ‘오타니와 매든 전 감독의 모든 교류는 미즈하라를 통해서 이뤄졌다. 그래서 그의 스타 선수(오타니)의 통역과 매일 대화를 해야 했고, 그래서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다’고 설명했다.
매든 전 감독은 “미즈하라는 내 연락책이자 오타니와의 연결고리였다. 그래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이야기했다.
매든 전 감독은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를 “절친”그리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개인 계좌에 접근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런 것(계좌 공유)도 둘의 관계의 일부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종류의 거래는 아마 에이전시도 확인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답했다.
매든 전 감독이 말한 ‘그런 종류의 거래’는 미즈하라가 도박업자인 매튜 보이어에게 오타니 명의로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송금한 혐의를 뜻한다. 미즈하라는 도박 빚이 45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처음에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해명했지만, 오타니 측에서 ‘미즈하라의 명백한 절도’라고 주장하자 태세를 전환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거짓말을 인정했다.
매든 전 감독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에게 의존해서 매일 청구서 같은 것을 지불하는 일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계좌 공유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그런 금액(450만 달러)을 이야기했을 때, 그들이 용의주도했다면, 에이전시는 아마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오타니가 이 일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는지, 미즈하라의 도박 습관을 알고 있었는지, 또 그랬다면 왜 미즈하라를 막으려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및 절도 혐의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이 시점에서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야구나 다른 스포츠에 베팅을 한 적이 절대 없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스포츠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며칠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가장 늦게 안 게 오타니 자신이었다고. 오타니는 “지난주 한국에서 언론은 내 대변인에게 스포츠 베팅에 내가 잠재적으로 개입했는지 문의했다. 미즈하라는 내게, 또 나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이런 언론의 조사가 있었던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미즈하라는 언론과 내 대변인에게 내가 친구를 대신해 빚을 갚았다고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한국 개막전 이후 팀 미팅 때다. 하지만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게 호텔로 돌아가 더 자세한 것을 둘만 이야기하고 싶으니 기다려달라고 해서 호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도박 중독인 것도, 빚이 있는 것도 몰랐다. 동의한 적도 없고, 송금을 허락한 적도 없다”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또 “호텔에서 대화하면서 그때 빚이 있단 사실을 알았다. 내 계좌에 마음대로 접근해 불법도박업자에게 송금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 대리인에게 이야기했고, 절도와 사기로 고소한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흐름이다. 스포츠 도박에 관여도 송금하고 있던 사실도 없다”고 했다.
오타니는 “나는 야구나 어떤 다른 스포츠에도 돈을 걸거나 나를 대신해서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리고 나는 불법도박업자를 통해 스포츠에 베팅한 적도 없다”며 완전무결을 주장하며 “이번 시즌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이 일을 맡겨 경찰에 협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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