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맹봉주 기자] 안방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 삼성은 2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6라운드 홈 경기에서 부산 KCC를 96-87로 이겼다.
2연패에서 탈출했다. 순위는 여전히 리그 최하위이지만,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승리하며 의미를 뒀다.
해결사는 이정현이었다. 위기 때마다 득점과 어시스트로 팀을 살렸다. 23득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코피 코번은 26득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골밑을 지배했다. 차민석은 12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CC는 원정 3연패에 빠졌다. 5위로 6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격차는 2경기다. 라건아가 34득점 9리바운드, 이호현이 20득점 3리바운드로 분전했다.
삼성은 코번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이번 시즌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 선수들의 각오가 남달랐다.
김효범 삼성 감독대행은 “마지막 홈 경기를 이기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 팬들을 위해 코번이 결장하지 않고 선발로 나오기로 했다. 출전 시간은 일단 25분 잡아놨다. 하지만 이 친구가 필을 받으면 잘 뛴다. (경기 중에도)컨디션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며 “1대1 상황에서 코번의 백다운을 막을 선수는 KBL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건넸다. “지난 시즌, 올 시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속적으로 전폭적인 응원을 해주는 팬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힘을 줬다. 그렇기에 버틸 수 있었다. 오늘(24일) 경기만큼은 팬분들께 에너지와 감동, 승리를 꼭 선물해주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KCC는 송교창, 최준용, 허웅이 부상으로 빠졌다. 시즌이 끝나갈수록 모든 팀들은 부상과 싸운다. KCC도 마찬가지.
전창진 KCC 감독은 “54경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다른 팀들도 시즌 막판에 오니까 다들 경기력이 안 좋은 것 같다. 그래도 플레이오프에 가면 달라질 거다”라며 “우리는 강팀이 아니다. 그걸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터 이근휘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3점슛만 놓고 보면 리그 정상급이지만 공격 옵션이 단순하고 수비에 약점이 있다. 쓰기 까다로운 유형. 전창진 감독도 이근휘 얘기만 나오면 복잡한 표정을 드러낸다.
“이근휘가 그동안 짧은 시간을 뛰었는데, 오늘(24일)은 많은 시간을 출전할 거다. 이럴 떄 한 번 해봐야 한다. 움직이는 동선을 경기 전 따로 연습시켰다. 급하니까 던지려고만 하는데, 요령 있게 해보라고 했다.”
이승현에게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KCC가 이길 때 보통 스포트라이트는 최준용, 허웅에게 가지만 사실 KCC의 진짜 에이스는 이승현이다. 전창진 감독은 “이승현에게 바라는 건 없다. 오히려 미안하다. 출전 시간이 길지 않나. 동포지션에 대체자가 여준형밖에 없어서 (이)승현이가 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공수에서 다 승현이 때문에 최근 경기들에서 버틸 수 있었다. 하는 것에 비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1쿼터 초반 분위기는 삼성에게 있었다. 코번이 1대1로 라건아를 압도했고, 이정현의 능수난란한 경기 운영도 돋보였다. 차민석의 3점까지 곁들여지며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KCC는 이호현의 득점포로 따라갔다. 라건아는 1쿼터에만 15점을 올렸다. 수비에선 코번에게 밀려도 공격으로 되갚아줬다.
2쿼터엔 KCC가 더 신을 냈다. 고르게 득점이 터졌다. 라건아는 1쿼터에 이어 2쿼터에도 3점슛을 꽂았다. 코번이 골밑 수비에 신경 쓰느라 자신에게 바짝 못붙는 점을 이용했다.
삼성은 득점 공방전에서 힘이 조금 모자랐다. 전반을 KCC가 49-46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후반에도 양 팀은 접전을 펼쳤다. 이근휘의 3점슛으로 KCC가 달아나면, 삼성은 이동엽의 맞받아치는 3점슛으로 따라갔다. 삼성은 3쿼터 막판 코번의 골밑 득점으로 72-73까지 격차를 좁혔다.
기세를 탄 삼성은 역전까지 이뤄냈다. 4쿼터 1분 7초 이정현이 탑에서 이승현을 상대로 시간에 쫓겨 3점슛을 던졌다. 공은 백보드 맞고 들어갔다. 75-73으로 삼성이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이후엔 양상이 바뀌었다. 삼성이 도망가면 KCC가 추격했다.
박빙인 상황. 이정현이 경기를 접수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나서 백보드를 맞히는 중거리 슛, 자유투, 스틸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KCC는 4쿼터 막판 실책으로 자멸했다.
경기 후 전창진 감독은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3쿼터 2, 3분 내가 경기 운영을 잘못한 것 같다. 10점을 이기고 있다가 다 까먹었다. 내가 경기 운영을 잘못했다”고 자책했다.
김효범 감독은 팬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오늘(24일) 승리는 경기 전에도 말했듯 선수들이 팬분들을 위해 혼이 담긴 플레이 하자고 했다. 후반에 몸 던지면서 팬들을 위해 움직였다. 팬들을 위한 승리였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이정현의 활약에 대해선 “클러치 슈터 아닌가. 냉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 냉정한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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