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방콕(태국), 이성필 기자] “선수들이 이제는 아이돌화 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걱정이네요.”
축구대표팀의 인기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시끄러운 일들을 겪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4,912명이 입장했던 지난 2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 태국전의 응원 열기로 대변 되듯이 여전히 뜨겁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개인 인기는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상징적이다. 대표팀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손흥민이 보이는 겸손과 책임 의식,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다가 접고 사명 의식을 갖고 하겠다는 마음은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선배들에게 주먹질했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아직 따가운 시선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 용서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보여달라는 부채를 확인했다. 손흥민 등 선배들에게 사과하고 태국전 하루 전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앞으로 더 나아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에 현재와 미래를 담당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와 정상을 향해 가는 선수가 있고 또 유럽 진출로 자신의 미래를 키우려는 선수, 국내 무대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시절, 축구대표팀의 유럽 원정에는 거액의 돈을 내고 동행하는 팬들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에 A매치 원정 2경기 정도를 포함하는 것이다. 대표팀 훈련을 전용으로 관람하고 A매치 이동 사이 전세기까지 함께 타는 등의 혜택이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사고를 우려했던 축구협회는 동행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전담 직원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니 더 어려운 여건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혜택을 팬 입장에서 얻는 것은 분명 대단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예 연예인처럼 선수들을 보는 시선이다. 해외 원정 사용 숙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일찍 예약하고 진을 치는 것이다. 국내에서 훈련할 당시에도 대표팀이 사용하는 호텔은 거의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로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태국 현지 팬들까지 가세했다. 22일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입국 당시 대표팀이 나타나자 괴성을 지르는 팬들로 가득했다. 특히 손흥민을 향해 “손흥민 오빠~”라고 부르며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팬까지 등장했다. 아이돌 그룹의 해외 투어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황선홍 임시 감독은 물론 동행한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이영진 기술위원 겸 일시 기술자문역, 황보관 기술본부장도 봤다. 황보 위원장은 “선수들이 이제는 아이돌화 되는 것 같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관리 방법을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세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대표팀의 품격을 높이는 기준을 더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축구협회는 숙소에서 선수단과 팬들의 동선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최대한 단합과 안정을 위해 외부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운 골프 리조트를 선택했다. 해당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이 차량 5분 거리에 전용 훈련장까지 갖춰 놓아 여건도 좋았다. 원정 경기 취재를 온 취재진에 숙소명 보안 유지를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팬들은 취재진보다 더 빨랐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대표팀 숙소에 벌써 예약해 투숙 중인 국내 팬이 2~30명 정도 된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숙소는 1박에 50만 원이 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이 카타르로 입성하기 전까지 똑같이 투숙했던 팬이 계셨다. 이번에도 이곳에 오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재력에 여유가 있다면 대표팀을 따라다니는 것은 자유다. 꼭 한국이 아니라더라도다른 국가 팬들도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응원한다. 이미 숙소에 동선을 분리해 서로 지킬 것은 지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한다. 팬들도 어느 정도는 예의를 지키는 편이다. 훈련을 나가면 기다렸다가 “화이팅” 정도를 외쳐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돌과 같은 항공기에 올랐다가 출발 전 탑승하지 않고 내려 취소해 지연 출발을 야기하는 사생팬들과는 격이 많이 다르다.
다만,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는 환경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야 태극마크를 달고 팬들이 원하는 내용과 결과를 안기는 것이 가능해 그렇다. 황 감독은 “이제 한국 대표팀은 한국을 대표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행동이나 여러 가지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팬들이 적절히 예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몽규 나가”의 외침을 들은 축구협회 수뇌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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