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오랜 기간 두산의 사령탑을 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오랜 기간 이 치열한 세계에서 고독한 감독으로 있었고, 그 세계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 김 감독이라 그럴까. 다시 돌아온 현장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유니폼, 그리고 자신이 지휘해야 할 선수들이 바뀐 정도다. 김 감독은 소감에 대해 “연장선인 것 같다”고 웃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매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승부를 걸었다. 그간 롯데 감독의 키워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경남 출신이거나, 이쪽에서 학교를 나왔거나, 현역 시절 롯데와 인연이 있거나, 혹은 외국인 감독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런 키워드와 연관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롯데가 낯설지만, 롯데는 그 효과를 노린다. 선입견 없이 팀을 지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김 감독은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1년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잠시 외부인의 눈으로 프로야구를 지켜볼 수 있었다. 워낙 능력이 있고 실적이 확실한 감독이기에 공백의 기간은 길지 않았다. 롯데는 김 감독이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 1992년 이후 끊긴 우승의 명맥을 이을 승부사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김 감독과 3년 계약을 하고 올 시즌을 맞이한다.
김 감독은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인 ‘2024 신한 SOL Bank 프로야구’ SSG와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맞이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감독 복귀전이 싫지는 않은 듯했다. 그리고 예전의 그 피 끓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김 감독은 “경기 운영하는 것이나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전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웃었다. 베테랑 감독의 여유가 느껴졌다.
김 감독은 감독 부임 후 첫 개막전을 떠올리며 “그때가 더 긴장됐다. 지금은 그냥 연장선 같다. 그때가 제일 긴장됐다”고 미소를 지으며 “두산에 몇 년간 계속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 다르기는 하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연장선 같은 느낌이다”고 했다. 두산도 인기 팀이기는 하지만, 롯데 팬들의 열정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뜨겁다. 백전 노장인 김 감독도 이를 잘 느끼고 있다.
김 감독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팬들의 기질은 분명 다르다. 김 감독이 바깥 외출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다. 하지만 “성적이 나면 달라질 것”이라는 말에 김 감독은 “그때는 일부러 나가야지”라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농담 안에는 김 감독의 바람도 담겨져 있다. 김 감독의 기대처럼, 이날 인천SSG랜더스필드에는 SSG와 롯데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2만3000석이 매진된 채 경기가 시작됐다.
한편 롯데는 22일 발표한 개막 엔트리가 큰 화제를 모았다. 베테랑 선수인 한현희 이학주가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 감독은 두 선수의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즉, 현재 기량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두 선수에게 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 김 감독은 이학주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으시냐”라고 말을 아꼈다.
한현희에 대해서는 “엔트리 1~2명을 놓고 고민을 했는데 지금 한현희는 왼쪽(좌타자)이나 보여주는 게 조금 그랬다. 현재 엔트리에 들어와 있는 투수들보다 좋은 모습이 안 나와서 빠지게 됐다”면서 “지금 본인 입장에서는 준비도 많이 했기에 아쉽겠지만 본인한테 기회가 오면 또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본인이 준비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롯데는 윤동희(우익수)-고승민(좌익수)-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지명타자)-노진혁(유격수)-유강남(포수)-나승엽(1루수)-김민성(3루수)-오선진(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김태형 감독의 첫 라인업 오더다. 윤동희가 중견수로 갔고, 레이예스가 우익수로 간 게 특이 사항이다. 김 감독은 오선진이 선발로 나간 것에 대해서는 박승욱이 이날 상대 선발인 김광현 상대 성적이 좋지 않은 반면, 오선진은 성적이 좋아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발로 나서는 애런 윌커슨은 80~90구 정도를 투구할 예정이다. 윌커슨은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13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호투했다. 특히 지난해 SSG에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마지막 시범경기 점검 등판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은 시범 경기 때 자신의 공을 테스트하는 부분이 있다. 오늘은 잘 던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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