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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 4912명의 관중은 두 선수에게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각종 악재로 흔들렸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79계단 아래인 태국(101위)을 상대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황선홍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 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전반 41분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16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1대1로 비겼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1·2차전에서 싱가포르(5대0 승)와 중국(3대0 승)을 차례로 격파한 한국은 태국전 무승부에도 조 1위(승점 7) 자리는 지켰다.
이번 태국전은 ‘탁구 게이트’ 등 사건과 추문으로 얼룩진 아시안컵 뒤 처음 치르는 A매치였다. 지난달 막을 내린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대2 참패를 당한 한국은 한 달여간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함께 침몰을 거듭했다. 탁구 게이트를 시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 카드 게이트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논란의 시작점에 있던 이강인은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다. 요르단과 준결승 전날 탁구를 즐기려다가 주장 손흥민과 몸싸움까지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이강인은 지난달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을 향한 팬심은 여전했다. 교체 명단 소개 때 이강인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현장에서의 비판은 선수가 아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만 향했다. 붉은악마는 킥오프 직전 한목소리로 “정몽규 나가!”를 외치며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이강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잘 받아줬다.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며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준 후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원톱 주민규를 비롯해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췄다. 주민규는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을 세웠다. 백승호(버밍엄)와 황인범(즈베즈다)이 허리를 맡고 수비 라인에는 김진수(전북), 김민재(뮌헨),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가 섰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태국의 강한 전방 압박에 수비 진영에서 잦은 실수가 나오면서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공격에서도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한 한국은 손흥민의 한 방에 겨우 살아났다. 전반 41분 왼쪽 측면으로 침투한 이재성이 공을 뒤로 내줬다. 쇄도하던 손흥민이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태국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린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매섭게 공격을 몰아쳤다. 하지만 전반 11분 정우영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후반 16분 태국 수파낫 무에안타에 일격을 당해 1대1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강인과 홍현석을 투입해 더욱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골 결정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태국과 4차전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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