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 윤욱재 기자] 과연 ‘슈퍼스타’는 ‘슈퍼스타’였다.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이 열린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였다.
오타니는 지난 해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이도류’의 완성판을 선보였다. 타자로는 홈런 44개를 터뜨려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획득한 오타니는 투수로는 10승을 따내면서 ‘인간계’를 벗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는 곧 ‘초대박’으로 이어졌다. 오타니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등장했고 그가 계약을 맺기 전부터 역대 최고 몸값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오타니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은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대우인 10년 7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안겼다.
다저스가 이날 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에 내세운 선발 타순은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개빈 럭스(2루수).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타순을 구축했다.
오타니는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면서 다저스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경기는 다저스가 5-2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등장한 순간은 바로 1회초 공격. 선두타자 베츠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오타니는 무사 1루에서 샌디에이고 선발투수이자 일본인 메이저리거 선배인 다르빗슈 유와 마주했다. 오타니는 다르빗슈의 초구 96마일(154km) 포심 패스트볼을 침착하게 볼로 골랐고 2구 91마일(146km) 커터를 때려 파울 타구를 만들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이어 볼카운트 2B 1S를 만든 오타니는 4구째 들어온 91마일 스플리터를 쳤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아웃. 공교롭게도 오타니의 첫 타구는 유격수 김하성에게로 향했다.
오타니의 두 번째 타석은 3회초 공격에서 찾아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오타니는 다시 한번 다르빗슈와 맞대결을 펼쳤다. 다르빗슈는 오타니에게 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커터, 스위퍼, 싱커를 연달아 던지면서 다양한 무기를 선보였다. 오타니가 때린 공은 5구째 들어온 95마일(153km) 싱커였고 이는 우전 안타로 이어졌다. 오타니가 마침내 다저스 이적 후 첫 안타를 신고한 것이다.
‘주자 오타니’의 활약도 빛났다. 오타니는 1루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프리먼의 타석에 2루 도루를 시도한 오타니는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샌디에이고 포수 루이스 캄푸사노의 송구를 유격수 김하성이 받았지만 오타니의 발이 더 빨랐던 것이다. 여유 있게 세이프 판정을 받은 오타니는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김하성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오타니가 미소를 잃지 않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오타니만 미소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오타니가 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성공하자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씨도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다나카씨는 지난 지난 18일 다저스와 한국야구 대표팀의 스페셜 매치에 이어 이날 개막전에도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다저스 저지와 모자를 착용한 다나카씨는 ‘남편’ 오타니를 열렬히 응원했다.
오타니는 5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좌완 톰 코스그로브가 있었다. 초구 볼을 고른 오타니는 2구째 들어온 92마일(148km) 싱커를 밀어쳤다. 타구는 날카로웠지만 3루수 타일러 웨이드가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펼쳤고 이는 내야 땅볼 아웃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다저스의 불안한 행보가 이어졌다. 6회까지 1-2로 뒤진 상황에서 7회초 공격에 들어간 것.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오타니는 좌완투수 완디 페랄타의 3구 86마일(138km) 체인지업을 때려 투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다저스와 오타니에게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이룬 다저스는 럭스의 타구가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가 찢어지는 장면이 나오면서 3-2 역전에 성공했다. 베츠의 좌전 적시타가 터져 4-2로 리드한 다저스는 오타니의 좌전 적시타로 5-2 리드를 잡으며 쐐기를 박았다.
1사 1,2루 찬스에서 등장한 오타니는 좌완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을 상대했고 초구 98마일(158km) 싱커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이를 가볍게 밀어쳤다. 오타니의 적시타로 2루주자 럭스가 득점했고 이는 오타니의 2024년 1호 타점이자 다저스 이적 첫 타점으로 동시에 기록됐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장 큰 것은 우리가 승리했고 우리가 승리를 얻은 방식에 있다”라면서 “경기 후반에 역전을 해낸 것은 우리가 정말 좋은 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다저스가 경기 막판에 역전승을 따낸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런데 김하성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며 ‘살인 미소’를 보였던 오타니의 모습은 당분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타니의 통역으로 오랜 시간 함께했던 미즈하라 이페이씨가 오타니의 개인 자산을 절도해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LA 타임스는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타니의 변호인이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이 해고 조치를 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LA 타임스’는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도박업자를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를 전해들은 오타니의 변호인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오타니의 통역사인 미즈하라씨가 거액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오타니의 개인 자금을 도용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절부터 ‘동반자’였던 미즈하라씨의 믿을 수 없는 배신에 오타니도 크게 충격을 받았을 터. 과연 오타니가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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