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서 확인된 효과…경기 시간 19분 줄고 도루는 4.8%P 늘어
피치클록 도입은 2025년 도입…만만치 않은 저항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는 매년 이상적인 리그 운영을 위해 각종 제도와 규칙을 수정·보완해왔다.
2024년에도 프로야구는 변화한다. 다만 그 변화의 파고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파격적으로 다양한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리그가 창설된 이후로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스트라이크-볼 판정 주체를 사람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교체했다.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투구의 위칫값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볼을 판별하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NPB), 대만 프로야구(CPBL)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다.
아울러 MLB의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피치 클록'(pitch clock)을 도입해 시범 운용한다.
피치 클록은 당초 올 시즌 도입하려 했으나 현장의 반대 목소리로 2025년 정식 운용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베이스 크기가 커지고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등 많은 것들이 변한다.
2024년은 프로야구 역사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BS는 각 경기장에 설치한 카메라로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파악한 뒤 스트라이크 혹은 볼 판정 내용을 이어폰을 낀 심판에게 음성 신호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심판은 소리를 듣고 그대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당초 ABS는 시스템 안정성과 정확성에 의문 부호가 붙었으나 시범경기에서 큰 문제 없이 운용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ABS로 벤치 혹은 선수들의 항의와 판정 시비가 사라지면서 경기 시간 단축 효과까지 나왔다.
다만 시범 경기 기간 ABS가 완벽하게 구동된 건 아니다.
9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선 음성 전달 문제가 나왔고,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SSG의 시범경기에선 경기장 전원 공급 이상으로 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오류 발생 시 주심이 즉각 볼 판정에 나선다는 매뉴얼에 따라 경기 자체에 지장을 주진 않았다.
KBO는 정착 단계에서 나온 오류라고 판단하고 개선 과정을 밟고 있다.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 ABS 운영과 달리 시범 운용하는 피치 클록은 논란거리다.
피치 클록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투수, 타자의 준비 동작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으로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안에, 주자가 없을 때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현장에선 피치 클록 도입에 관한 저항이 크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투수, 타자가 피치 클록을 어기면 구두 경고만 이뤄졌다.
다만 시범경기에서 주심의 구두 경고가 오히려 경기 시간을 늘리고, 선수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의견이 나오면서 정규시즌엔 구두 경고 대신 타격 완료 후 수신호 등으로만 약식 경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투수판 이탈에 관해서는 경고하지 않는다.
정식 도입 시기도 2025년으로 미뤘다.
KBO는 21일 “지난 14일 단장 회의인 제2차 실행위원회를 통해 피치 클록 도입시기 등의 내용을 확정했다”며 “피치 클록은 2024시즌 시범 운영하고 2025년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전반기 내에 관련 세부 시행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현장의 반대 의견은 많지만, 궁극적으로 피치 클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KBO의 입장이다.
아울러 투수-포수의 사인 교환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자 장비 ‘피치컴’도 이른 시기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시범경기는 피치 클록의 영향으로 소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평균 경기 소요 시간은 2시간 39분으로 지난해(2시간 58분)보다 19분이 단축됐다.
피치 클록이 투수들의 제구력에 악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나온 한 경기당 볼넷 수는 7.00개로 지난해(7.64개)보다 오히려 줄었다.
2군 무대인 퓨처스리그는 피치 클록을 전반기 시범 운영한 뒤 후반기부터 정식 운용한다. 아울러 한발 더 나아가 투수 세 타자 규정도 도입한다.
퓨처스리그 투수들은 등판 시 최소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하거나 이닝 종료까지 투구해야 한다.
이 밖에도 바뀌는 규정은 많다.
야수와 주자의 충돌 위험을 줄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1, 2, 3루 베이스의 가로 및 세로 길이를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늘렸다.
베이스 크기의 변화로 베이스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주력이 좋은 타자들과 기동력이 좋은 팀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한 경기 평균 도루가 1.74개 나와 지난해(1.66개)보다 4.8%P 늘었다. 도루 성공률은 74.77%로 지난 시즌(68.42%)보다 9.3%P나 상승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수비 시프트도 제한한다.
수비팀은 포수와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 흙 경계 내에 최소 4명의 야수를 둬야 하고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어야 한다.
이는 인플레이 타구 확률을 높이고 내야수들의 호수비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외야수가 내야로 이동할 순 있지만, 외야수를 4명 이상 배치할 순 없다.
양 팀은 수비시프트 제한과 관련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KBO는 아울러 퓨처스리그에서 선수 운동량, 강도 파악 등을 위한 웨어러블 장비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장비는 유니폼 내에 착용해야 하며 각 팀은 KBO에 사전 신고를 한 뒤 승인받아야 한다.
또한 4월부터 금요일 경기가 우천 등의 이유로 취소 시 토요일,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일요일에 더블헤더 경기를 편성하기로 했다. 3,7,8월엔 더블헤더 대신 추후 편성한다.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는 그동안 1차전 종료 후 30분 후 열렸으나 올해엔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해 최소 40분 경기 이후로 개정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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